매일신문

시각-말은 그 민족의 문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청소년들이나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

그중 적극적인 학생들은 아나운서가 되는 비법(?)을 직접 물어오기도 한다.

안타까운 것은 똑똑하고, 용모도 깔끔하고, 목소리도 좋은데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너무 많다는 점이다.

뭘 물으면 대충 얼버무리거나 말 끝을 흐리기가 일쑤다.

주어와 서술어를 정확히 맞추어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들의 말은 중요한 단어만 몇 개 들리고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내는지를 알 수가 없다.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말'이 이정도 수준이다.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게 자랐고 좋은 대학에서 공부한 젊은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너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 탓인가? 청소년들의 말은 더 심각하다.

가끔 초등학생들을 인터뷰해보면 한마디라도 똑 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아이가 드물다.

중.고등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우물쭈물 몇마디 하는 듯 하다 말 끝을 제대로 맺지 못한다.

몸은 다 자란 청소년들이 말은 아직도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 뿐인가. 컴퓨터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는 다 깨져버린 말, 왜곡된 말을 유행처럼 만들어내고 있다.

청소년들은 우리말보다 이런 말을 훨씬 더 잘하고 이런 말을 써야 또래들에게 따돌림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세대가 방송을 하게 될때쯤이면 방송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청소년들의 잘못된 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예쁘장한 여중생들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욕을 하고 폭력적인 말을 쓰는 걸 보고 무척 놀란 적이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서로 욕을 하면서 화를 내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키득거리며 웃는 것이었다.

그들의 욕설은 어느새 우정을 확인하고 더 돈독히 하는 수단이 돼버린 것이다.

지금은 영상의 시대라 책 읽는 것보다는 TV와 컴퓨터 모니터를 더 좋아하는 것이 요즘 청소년들이다.

눈을 감고 시를 외우는 여고생들이 요즘도 있을까, 궁금하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말의 위기는 책을 멀리하는데서 시작된 것 같다.

모여서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기보다는 말도 안되는 문자 메시지로 편지를 보내고, 우스갯소리로 채팅하는 버릇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수많은 자극적인 문화에 노출된 아이들은 말도 욕을 섞어가며 자극적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말을 잘 하려면 먼저 책을 읽으며 발음을 정확히 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말을 할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말은 그 민족의 문화이고 글은 그 민족의 역사가 된다'.

지영애 대구기독교방송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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