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는 '과르네리 델 제수'를 끔찍이 아끼며 '캐논'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파가니니 사후 그의 유언대로 캐논은 제노바 박물관에 영구히 보관됐다.
캐논은 10월 12일 단 하루만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에게 연주할 기회가 주어진다.
살바토레 아카르도, 지노 프란체스카티 등 파가니니 작품의 해석과 연주에 있어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아티스트들이 지금까지 캐논을 연주해 보았지만 최근에는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레지나 카터가 희대의 이 명기를 연주하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 카터의 연주를 위해 뉴욕으로 공수된 캐논은 한화로 수백억원의 보험에 든 채 국가원수급 경호를 받으며 바깥 나들이를 했다.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 등 바이올린 올드 명기들은 지난 300~400년 동안 모방의 표적이 되어 왔다.
그러나 아무도 그 음색을 완벽히 재현해내지 못했으며, 음색의 비밀 역시 현대 과학으로도 풀리지 않고 있다.
당연히 올드 명기들을 둘러싼 진위 논쟁이 잇따랐다.
같은 시대, 같은 공방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걸작과 졸작이 존재했으며 거장의 제자 중에는 모조품만 전문적으로 만든 이들도 많았다.
명기의 가격은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올드 명기가 수십억원에 거래되는 것은 골동품으로서의 희소성을 노린 수집가들의 가격 올리기도 한 몫을 했다고 봐야 한다.
모조품이라고 해서 터무니없는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비루투오조(명연주자)들 중에도 모조품에 속는 경우가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살바토레 아카르도는 미국 연주 여행중 리허설을 할 때 누군가가 장난으로 그의 애기인 '과르네리 델 제수'를 모조한 악기로 슬쩍 바꿔 놓았는데도 연주가 끝난 뒤 바이올린을 연신 쓰다듬으며 "역시 델 제수가 최고야"라고 찬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바이올린의 명인 야사 하이페츠의 스트라디바리도 모조품으로 밝혀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요즘 제작되는 악기는 대부분 예전의 명기를 복제한 것이다.
19세기 프랑스의 뷔욤이라는 악기 제작자는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등 수많은 명기들을 훌륭히 복제한 카피스트였다.
파가니니가 수리를 위해 맡긴 명기를 하루만에 복제해 낼 만큼 기술이 뛰어났는데, 그가 만든 악기는 진품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우수해 지금도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은 악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그러나 '명기=명연주'라는 등식은 참명제가 아니다.
거장 에후디 메뉴힌도 "물구나무서기 상태에서 연주하여 좋은 소리가 나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바이올린 연주 방법"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형편없는 연주자의 손에 들린 바이올린은 명기라 할지라도 '깽깽이' 소리를 낼 뿐이다.
명필은 붓은 가리지 않는다 했던가.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