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제1의 정치매체

19세기는 영국의 전성시대였다.

당시 영국의 '더 타임즈'는 대영제국의 영광을 함께 나눈 신문이었다.

영국의 명재상 디즈레일리는 "각 나라에는 영국 대사가 두 명 있다.

한 명은 여왕이, 다른 한 명은 더 타임즈가 파견한 대사"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 역시 "자신은 이 신문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것을 알지 못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신문의 영향력은 급속히 쇠퇴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TV가 제1의 정치매체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는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도 제정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이 조문은 신문언론에 국한하여 사용하고 있다.

수정헌법 제정 이후 발달된 방송언론은 법률적 제재대상으로 간주한다.

당시 이 결정을 내린 의회는 '언론자유 제한 불가'와의 상충을 상당히 고심했다.

그러나 방송 주파수가 주 경계를 넘어서는 연방정부 소관사항인데다 유한한 공익적 자원이라는 논리를 개발해냈다.

▲신문과 TV는 매체의 속성에서도 그런 특질을 드러낸다.

신문은 포괄적인 정보를 수동적으로 제공하는 인폼(inform)의 매체다.

TV에 비해 정보량이 몇 배에서 몇 십 배 많으나 독자가 읽어줄 때만 정보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오도된 정보의 폐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TV는 뉴스의 핵심만 보여주는 리포트(report)의 매체다.

정보의 포괄성이 부족해 사실을 거두절미해서 전달할 개연성이 높다.

현장화면까지 보태지면 정보는 훨씬 자극적이고 선정적이 된다.

▲TV의 또 한가지 위험요인은 반복성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신문은 하루 한번을 발행하는 데 비해 TV는 하루 8번 정도 뉴스방송을 내보낸다.

뉴스 특보가 있으면 24시간 내내 같은 뉴스를 되풀이 할 수 있다.

시청자가 정보노출을 꺼려 채널을 바꾸고 싶어도 선택이 극히 제한적이다.

KBS 같은 공영방송은 더 더욱 그렇다.

민영방송의 광고가 듣기 싫으면 선택의 여지없이 공영방송을 시청해야 한다.

방송 특히 공영방송이 신문보다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할 이유다.

▲KBS 이사회가 자사 탄핵관련 보도의 편파성과 관련해 24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11명의 이사 중 5명의 이사가 긴급이사회를 발의했다고 한다.

논의의 요지는 국민통합을 주도하고, 공정성을 생명으로 해야할 공영방송이 국민갈등을 부추기고, 특정 정파에 유리한 방송을 했다는 내용일 것이다.

공영방송의 수준은 한 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이다.

송두율.문성근 파동 등 거듭된 편파시비를 빚고 있는 KBS를 바꾸지 않고는 한국의 민주적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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