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직 총리들의 '총선 이후' 걱정

"우리가 법을 지키지 않으면 무슨 수로 민주주의를 지켜갈 것입니까…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이 상황이 심각한 비상사태이긴 하나 국민여러분은 이것을 우리 민주주의를 한단계 더 높은 곳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남덕우씨 등 전직 국무총리 13명이 어제 입모아 대(對)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참으로 이례적이다.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들-DJ와 YS, 전(全)씨와 노(盧)씨 들이야 입이 열개가 있어도 말못하는,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직총리들이 쏟아낸 호소와 고언(苦言)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총선전후 '민심분열의 위기감'을 정치권 저멀리에 떨어져 있던 원로들마저 절감했고, 결국 입을 떼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전직 총리들이 호소한 것은 법치주의의 준수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그리고 '의회주의의 가치'에 대한 것이었다.

이들은 먼저 탄핵정국속에 불거져 나온 법경시 풍조를 걱정했다.

정당이, 사회단체가, 공무원집단이 최근 너무도 당당히 보여주고 있는 바, 법의 가치를 무시하고 흔들면 국민에게 무슨 법을, 질서를 요구하겠는가 하는 충정이다.

아울러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에겐 보다 겸허한 자세로 국가안정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구했다.

국민을 향해서는 감정적 행동을 삼가고 현실을 냉정히 읽어줄 것을 호소했다.

이 호소는 정책대결의 장(場), 잔치판이 돼있어야 할 선거분위기가 찬탄과 반탄, 민주 대(對) 반민주의 정치구호에 파묻혀가는데 대한 우려의 소리이기도 하다.

승부욕에 집착한 비타협, 편가르기는 상대에 대한 불인정에서 출발하는 것이요, 그러면 그 끝은 뻔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당장 어제 박관용 국회의장이 "4당 대표가 모여 헌법재판소의 최종판단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서약식을 갖자"고 제안한 것은 정책 아닌 정치구호의 대결이 몰고올 총선의 후유증을 내다본 발언이라고 우리는 읽는다.

헌재가 판정하면 승복하는 건 당연한데 왜 따로 서약식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그 대답을 어제 전직 총리들이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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