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나비 꿈(胡蝶夢)은 유명하다.
어느 날 장자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면서도 자기가 장자임을 알지 못했다.
꿈에서 깨어난 장자는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내가 된 것일까? 어느 것이 진정한 나이며, 어느 것이 꿈속의 나란 말인가?'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서, 장자가 제기했던 진정한 현실과 가상 현실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서기 2199년, 인공 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뇌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 당한다.
그리고 매트릭스의 프로그램에 따라 평생 1999년의 가상 현실을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그들이 살고있는 가상의 세계가 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도, 우리들이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많은 것들도, 가상 현실인 것은 아닐까? 우리들은 가상의 그 무엇인가를 향해서 달음질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행복해지고자 애를 쓴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 허상은 아닐까?
현 시대는 이렇게 말한다.
'싸워서 네가 갖고 싶은 것을 차지했을 때, 행복해지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보다 큰 아파트를 갖기 위해서, 보다 고급 차를 타기 위해서, 명품을 걸치기 위해서 싸운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 우리의 자녀들은 아침 일찍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 증권 거래인들은 충혈된 눈으로 하루종일 주식 시세를 바라본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 모든 대통령들은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행복에 대한 망상을 꼭 끌어안고서, 우리는 돌진한다.
그러나 우리가 억지로 차지한 전리품 안에 행복이 들어있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부드러운 눈길조차 주지 못하고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그렇게 해서 얻어낸 성공과 승리 속에 오직 슬픔과 고통과 회한만이 들어있다면 어쩔 것인가!
진정한 행복을 얻고자 한다면 헛된 꿈에서 벗어나야만 한다고 장자는 말한다.
돈과 권력, 명예와 쾌락을 향한 분주한 발걸음을 멈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멈추어라! 멈추어 서면 가상의 세계는 사라지고 현실이 또렷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아내의 미소, 자식의 포동포동한 손, 우주처럼 장엄한 나 자신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꿈에서 깨어나 진정한 현실을 자각하였을 때, 우리는 참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새들이 아름답게 지저귀는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진정한 현실은 깨어난다.
무심코 스쳐 지나치던 네가 문득 새롭게 느껴질 때 진정한 현실은 깨어난다.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순간 진정한 현실은 깨어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현실은 모든 것이 황폐화된 세계였다.
하지만 우리의 세계에서 현실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들이 한번만 눈길을 던진다면, 찬란한 이 세계가 깨어나서 자신의 존재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게 된다.
현대가 만들어놓은 망상의 두꺼운 얼음이 지금 녹아 내리고 있다.
사람들은 진정한 현실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마음을 아름답게 해주는 명상에 관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은 최고의 학벌, 최고의 직장이라는 획일적인 굴레를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느림의 미학이 확산되고 있다.
시골로의 이주가 늘어나고, 평화롭고 조용한 삶에 대한 갈구가 커지고 있다.
장자는 말한다.
"참된 깨어남이 있고 난 후에야 인생이 한 바탕의 커다란 꿈인 줄을 아는 거요". 현대인은 꿈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부와 쾌락을 쫓는 현대라는 거대한 매트릭스…. 이 허황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길가에 피어있는 온갖 봄꽃들이 꽃잎을 활짝 열고 우리들의 삶의 한 가운데로 들어올 것이다.
홍승표 계명대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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