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극장가에 '춤바람'이 불고 있다.
힙합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허니'(사진 중간)를 시작으로 사교댄스의 진수를 보여줄 우리영화 '바람의 전설'(사진 왼쪽)과 라틴댄스의 섹시함을 맛볼 수 있는 '더티 댄싱'(사진 오른쪽)이 잇따라 스크린에 내걸리는 것.
1970년대는 영화 '토요일밤의 열기'가, 1980년대는 '폐임'이, 1990년대는 '더티 댄싱'이 당시의 춤 패턴을 대변했다면, 이 세 편의 영화로 2000년대의 모든 춤 코드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댄스 장면의 열정적이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 올 봄 스크린이 주는 선물은 또 있다.
바로 여주인공들의 섹시한 춤 대결. 제시카 엘바, 로몰라 게리와 박솔미 등 동서양을 대표하는 여자 춤꾼들의 댄스 대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힙합의 모든 것
올 봄 스크린에 춤바람을 옮긴 첫 영화는 바로 지난달 26일 개봉한 '허니'(Honey)다.
영화는 청소년 센터에서 흑인 소년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주인공 허니(제시카 엘바)가 유명 뮤직비디오 감독의 눈에 띄어 프로 안무가의 꿈을 이루면서 시작한다.
허니는 타고난 재능과 성실함으로 인해 곧 인정을 받지만 감독의 흑심 때문에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갈등의 구도가 마련된다.
그 뒤 허니는 아이들이 맘껏 춤출 수 있는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자선 공연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맺는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힙합 댄스가 신나게 펼쳐지는 '허니'를 보고 있으면 20년 전 제니퍼 빌스가 주연한 '플래시댄스'가 생각난다.
예전 '플래시댄스'에서 제니퍼 빌스가 친구와 함께 길거리에서 흑인 소년들이 추는 브레이크 댄스를 보고 감탄했던 것처럼, 영화 '허니'의 제시카 엘바도 친구와 함께 힙합 댄스로 신이 올라 있는 거리의 흑인 소년들을 보고 잠시 넋을 잃는다.
이 외에도 두 영화의 주인공이 밤에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며 댄서의 꿈을 키워간다는 점은 우연이기에는 너무 닮았다.
또 춤꾼들이 힙합 대결을 벌이는 장면을 보면 백인 래퍼 에미넴의 이야기를 담은 '8마일'이 순간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아웃 캐스트, 백 스트리트 보이즈, 어셔,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해외 유명 톱스타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빌리 우드러프 감독이 만든 만큼 춤 장면에서의 구성은 빼어난 솜씨를 보여준다.
여기에다 제시카 엘바의 매력적이면서도 섹시함은 돋보이는 무기다.
댄스 영화가 춤만 좋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1983년 당시 충격을 줬던 '플래시댄스'의 브레이크 댄스처럼 특별한 안무를 찾을 수 없을 뿐더러 이 영화에서는 무엇보다 극적이면서도 폭발적인 뭔가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교댄스의 진수를
할리우드 춤꾼들과 한판 춤 전쟁을 치를 우리나라 최초의 정통 댄스영화 '바람의 전설'(박정우 감독)도 9일 극장가에 간판을 내건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부터 '댄스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정식 경기종목에 지정된 일명 사교춤이 파노라마처럼 스크린에 펼쳐진다.
지난 2000년 전국을 춤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야쿠쇼 고지의 일본영화 '셀 위 댄스'가 연상되는 이 영화는 다양한 춤뿐 아니라 참신하고 재미있는 스토리와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영화는 지루한 일상을 살던 한 회사원이 우연한 기회에 춤을 맛본 뒤 결국은 사교댄스의 세계에 빠져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춤의 고수들에게서 여러 종류의 춤을 전수 받아 전설적인 최고의 춤달인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로 댄서가 꿈인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좌절과 극복의 과정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존의 춤영화와는 달리 '바람의 전설'에는 다양한 춤의 철학까지 등장하는 등 관객들에게 새로운 댄스 영화의 묘미를 선보인다.
또 제비에게 돈을 뜯긴 경찰서장의 부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주인공의 주변을 맴돌며 잠복하지만 결국은 춤바람이 나는 여형사나, 전설은 못되지만 전설의 스승이 된 제비 등 재미있는 캐릭터들과 풍부한 이야깃거리는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충무로 톱스타중 하나로 꼽히는 이성재와 스승제비 역의 김수로가 영화의 격을 높인다면, 이 영화로 데뷔하는 박솔미와 박정우 감독은 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특히 사교댄스의 달인(?) 이성재를 따라 춤바람에 휘말리는 박솔미의 매력은 할리우드산 여배우들 못지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들 배우들의 춤짱 정복기는 순탄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배우들의 춤을 책임진 안무가 샤리 권은 '지독한 몸치' 이성재를 처음 보고 혀를 내둘렀단다.
그리고 이성재도 "도전 지구탐험대 수준의 고행 그 자체였다"며 촬영 후기를 쓸 정도였으니. 올 봄 전국 5천만명을 춤추게 만들겠다는 그들의 '전설'같은 출사표가 은근히 기대되는 것은 배우들의 이 같은 노력 덕분이 아닐까.
◇섹시한 라틴댄스
15일 개봉예정인 '더티 댄싱-하바나 나이트'(가이 펄랜드 감독)는 지난 1987년 전세계 극장가를 댄스 열기로 뜨겁게 달군 '더티 댄싱'의 속편 격. 당시 주연을 맡아 젊은 여성들을 사로잡았던 패트릭 스웨이지가 이번에는 댄스강사 역으로 17년 만에 돌아왔고, 아카데미 주제가상의 영예를 안았던 'The time of my life'가 러브 테마로 삽입돼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
영화는 아버지의 전근으로 쿠바로 이사간 미국 소녀 케이티(로몰라 게리)가 라틴 댄스의 매력에 빠져들고 호텔 웨이터 하비에(디에고 루나)와 함께 댄스경연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이 줄거리. 남녀 주인공들의 열정적인 춤 솜씨와 환상적인 호흡으로 람바다부터 살사까지 다양한 춤 퍼레이드를 선보인다.
또 하나 볼거리가 있다면. 산타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마야, 모니카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랩에서 팝까지 현대적인 비트와 라틴음악을 결합시킨 사운드트랙을 들려준다는 것.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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