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강산 이산상봉단 2진 566명 방북

제9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남측 상봉단(단장 우봉제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이 북측 가족 100명을 만나기 위해 1일 오전 속초 설악한화콘도를

떠나 동해선 육로를 통해 금강산으로 떠났다.

남측 상봉단은 이산가족 491명과 지원요원 등 566명으로 이뤄져 있다.

분단 반세기 동안 눈물로 이산의 한을 달랬던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을 만난

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금강산행 버스에 올랐다.

상봉단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두 시간 동안 온정각 휴게소에서 첫 단체상봉을 갖

고 저녁 7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북측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 할 예정이다.

6.25전쟁 때 의용군에 징집됐던 북측 아들 최종훈(71)씨를 만나는 최고령자 조

씨(98) 할머니는 반세기를 넘어 아들을 만난다는 설렘에 밤잠을 못 이룬 듯 다소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의과대학을 다니다 전쟁 발발 다음날 야전병원에 소집돼 헤어졌던 언니 리희원(

74)씨를 만나러 이역만리 스위스와 미국에서 각각 날아온 덕원(65)씨와 사촌여동생

상원(58)씨는 "54년 전 헤어지던 순간 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면서도 "혹시나 얼굴

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노심초사했다.

6.25 때 의용군에 들어간 여동생 김명순(70)씨를 만나러 가는 김장덕(74)씨는

유일하게 남은 명순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명순이가 전쟁이 터지자 어려운 형편에

내 입 하나라도 줄이겠다며 의용군에 지원했다"며 "단발머리에 까만 치마, 하얀 블

라우스를 입고 면사무소 급사로 일하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북측에 있는 오빠 김석기씨(73)를 만나기 위해 지난 26일 고국에 온 재미교포

여동생 광숙씨(72)는 "2000년 8월 1차 이산가족상봉 때 만날 예정이었으나 오빠가

갑자기 쓰러져서 못 만났고 이후 다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북측의 형 병휴씨(70)를 만나는 남측의 전병훈씨(67)는 "형을 막상 만나고 나면

형제가 반세기동안 상봉하는 날만 기다리며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막상 만남이 이뤄

지고 나면 오히려 허탈해질 것 같다"면서 벌써부터 상봉후의 헤어짐을 걱정했다.

학도병으로 전사한 줄 알았던 동생 리도히씨(72)을 만나게 된 이장문씨(74)는 "

동생의 이름을 이제는 진주시 위령탑에서 지워야겠다"며 반세기만의 만남을 감격해

했다. 리씨의 이름은 현재 6.25 당시 사망한 국군을 위해 만들어놓은 진주시 위령탑

에 새겨져 있다.

남측 상봉단은 이날 오전 10시께 고성의 남북 동해출입사무소에 도착해 1시간여

동안 간단한 출경수속을 받았다. 이어 현대아산측이 마련한 금강산 관광버스 24대에

나눠타고 반도의 허리를 자른, 봄이 오는 비무장지대를 넘었다.(속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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