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현미와 콩 등을 갈아 누룽지를 넣고 숭늉처럼 끓이면 맛이 구수해 반찬이 별로 없어도 밥이 잘 넘어가요".
"애들이 스프를 좋아해 발아현미 가루에 우유를 넣어 수프를 끓여주니 잘 먹대요".
지난 30일 대구 동구 효목 2동의 한 식당. 주부 5명이 모여 점심을 먹으며 나누는 이야깃소리가 들려왔다.
주부 최명희(46)씨는 "발아현미가 몸에 좋다고 해 어떻게 조리하는 게 좋은지 서로 경험담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이 주부들에게 '가바(GABA)'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물으니 생소한 말이라고 했다.
비록 가바라는 개념은 잘 모르지만 이 주부들은 이미 식생활에서 가바를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어느 곡물보다도 특히 발아현미에 가바라는 물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근래 식품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가바(감마-아미노부티르산)는 동식물계에 널리 분포돼 있는 비단백질 아미노산의 일종. 포유동물의 뇌나 척수에 존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다.
이 물질은 고혈압을 개선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며 뇌세포 기능을 활발하게 해주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또 혈액 중 중성지방을 줄이고 간 기능을 높여주는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
한국식품연구원은 쌀의 배아(쌀눈)에 가바가 풍부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현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바는 현미 100g당 8㎎, 도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백미에는 100g당 5㎎ 정도 들어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미를 물에 담가두면 쌀의 배아가 발아(發芽) 준비에 들어가면서 가바의 양이 크게 늘어난다.
실제로 일본 신주(信州) 대학 농학부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 40℃ 물에서 4시간 후 현미 100g당 가바 함량이 3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발아현미는 현미를 물에 담가 배아 부분에서 0.5㎜ 정도의 싹이 나온 상태. 싹이 날 때 현미에 들어있는 효소의 작용이 활발해져 아미노산이 늘어나고 전분이 작은 당으로 분해되며 단단한 겨 부분도 연해져 현미보다 먹기에 부담이 적다.
따라서 미네랄, 비타민, 섬유소 등 영양소가 풍부히 들어있는 배아와 겨를 없앤 백미보다는 발아현미를 먹고 현미도 물에 충분히 불려 발아하도록 만들어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겠다.
김기희 교수(경동정보대 식음료조리과)는 "가바의 섭취율을 높이려면 발아현미를 가루로 만들어 미숫가루처럼 생식하거나 음식에 넣어 다양하게 활용할 것"을 권한다.
또 발아가 부가영양소들을 향상시키는 효소를 활성화시키므로 무순, 홍화씨 등 싹을 낸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좋다고 했다.
항상 식탁에 오르는 밥은 물론 김치를 통해서도 가바를 섭취할 수 있다.
김순동 교수(대구가톨릭대 식품산업학부 식품공학 전공)는 "김치에는 가바가 포함돼 있는 유리아미노산이 풍부하다"며 "일부 주부들처럼 화학조미료를 약간 넣어 김치를 담궈본 결과 가바 함량이 더 늘어났다"고 했다.
멸치젓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가바가 생성된다.
김치를 담글 때 찹쌀풀을 끓여 양념하는 것처럼 발아현미 가루로 죽을 쒀서 넣어도 가바의 함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시중에도 가바 성분이 포함된 제품들이 부쩍 늘고 있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식이섬유, 가바 등이 풍부한 발아현미쌀은 물론 발아현미로 만든 빵, 과자, 진액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CJ의 '햇반 발아현미밥', 대상의 '찹쌀고추장 발아현미' '청정원 키즈 마요네즈', 빙그레의 '내몸 사랑 발아현미우유' 등 가바 성분을 첨가한 제품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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