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오후 2시 서대구공단 갑을네거리 부근. 공단 안으로 20여분을 들어가자 낡고 지저분한 섬유 공장들 사이로 이 일대 유일한 현대식 건물인 (주)청우섬유(대표 문제기) 연구소가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깥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연구소 내부 풍경. 면-나일론 교직물 염색가공 전문업체인 청우섬유 연구소엔 섬유와 전혀 어울리지 않은 발효맥아(맥주원료)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권오경 소장을 비롯한 16명의 연구원들은 지난 3년간 발효맥아에서 천연 섬유 염료를 추출하는데 온 힘을 쏟아왔던 것.
그깟 맥주원료가 뭔데라고 생각했다면 큰 실수. 발아맥아는 정균율(세균이 달라붙지 않은 정도)이 99.9%에 이를 정도로 항균 기능이 탁월하고 비타민E와 비타민B2가 풍부해 면역성 강화, 자외선에 의한 피부손상 방지, 동맥경화증, 고혈압 예방효과까지 뛰어나다.
연구소가 일찌감치 발효맥아염료개발에 주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청우섬유 연구소가 발효맥아염료에 대한 특허 등록에 성공한 것은 지난해 말. 최근엔 미국, 일본에도 특허를 출원했다.
구체적 결실을 맺기까지 연구원들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결코 적잖았다.
무엇보다 발효맥아에서 염료를 뽑아내는 특수 장치가 필요했다.
연구원들은 제약회사와 식품회사를 오가며 각종 추출장비를 연구해 직접 설계와 제작에 뛰어들었다.
연구소는 올 초 발효맥아염료에 이은 두번째 친환경 염료 개발에 나섰다.
이번엔 녹차의 주성분인 카테킨에서 천연염료를 제조한다.
카테킨 또한 항암, 항균 효과과 뛰어난 인체 친화형 염료로 발효맥아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
청우섬유는 제품 상용화를 위해 자체 브랜드까지 개발했다.
끝없이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브랜드명은 'PRO-GREEN'으로 정했다.
권오경 소장은 "앞으로의 꿈은 나노기술을 적용한 친환경소재 개발"이라며 "지역 섬유업체 중 자체 연구소를 보유한 기업은 손에 꼽기도 힘들 정도지만 이제 대구.경북 섬유업계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첨단 산업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청우섬유는 지난 한 해 2천500만달러를 수출해 대구 50위권 수출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쾌적성, 항균성, 정전기 및 구김 발생 방지 등 기능성 염색가공으로 99%의 물량을 미국, 유럽 등 섬유선진국에 수출하는 기업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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