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끼는 것들(Something's gotta give)'은 욕망과 사랑의 차이를 잘 표현한 영화이다.
63세인 해리는 돈도 많고 부러울 것 없는 독신이다.
숱한 스캔들로 염문을 뿌리는 소문난 바람둥이다.
그는 결혼에는 관심이 없다.
나이를 비아그라로 극복하며, 젊은 여성들과 욕망을 한껏 누리며, 책임과 의무에서 자유로운 연애를 즐길 뿐이다.
어느 날 해리는 20대의 매력적인 애인 마린과 즐기려다가 협심증을 겪는다.
응급실로 실려간 해리는 의사로부터 휴식을 권유받는다.
마린의 어머니 에리카는 딸의 늙은 애인을 간호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인다.
해리와 에리카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에리카는 유명 작가이며 이혼녀다.
그녀는 성적 관심이나 남자에 대한 의존심을 접어두고, 자신의 높은 테두리 안에 머물며, 주위를 소외시킨 채 살아간다.
해리와 에리카는 인생관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시대를 겪어온 동년배로서 점차 공감하는 부분이 생겨난다.
딸의 애인과 정감이 생길수록, 서로 당혹스럽다.
딸은 자기의 애인과 어머니 사이의 묘한 기류를 직감한다.
그러던 중 해리의 반복적인 심장 발작이 부담스러워진 마린은 가볍게 해리와 결별해 버린다.
에리카는 자유의 몸이 된 해리와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감정으로 급속히 빠져든다.
해리는 비아그라 없이도 에리카와 충만한 성관계를 경험한다.
성적 욕망이 아닌 사랑의 첫 경험인 셈이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감정에는 뇌의 특별한 신경생리학적 변화가 수반된다.
저항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분비된다.
이 물질들은 환희와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도파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몰두하게 하며, 앞날을 계획하는 등 목적 지향적인 행동을 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애인과의 기억들을 생생하게 재경험하게 하는 강한 자극을 선사한다.
대뇌의 이런 화학적인 작용은 사랑에 빠진 해리와 에리카의 모습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비아그라나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분명 성적 극치감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섹스의 쾌감을 증가시켜 줄 뿐, 사랑에 빠져들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리는 비아그라를 복용하며 욕망을 불태웠지만, 이전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몰입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이처럼 욕망과 사랑은 아주 다르며, 뇌 기능 역시 상이하게 작용한다.
결국 바람둥이 해리는 에리카를 통해 인생관의 변화를 겪는다.
이순(耳順)이라는 나이에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여자에 대한 진지한 몰두를 통해서 말이다.
황혼기의 두 남녀, 해리와 에리카의 사랑의 결합을 위해 버려져야 할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남자의 욕망과 여자의 자존심이 아니었을까.
어느 소설에서 읽은 표현이 생각난다.
'진정한 사랑, 말하자면 첫눈에 반하고 헌신하게 하고, 한 인간의 잠을 빼앗아버리는 그런 사랑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나이는 45세에서 70세 사이라고 믿는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감정은 기억력을 증가시키고, 살아갈 목표를 생기게 하여 삶을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선물임에 틀림없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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