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대 총선 열전지대를 가다-대구 수성갑

신흥 정치1번지 답게 대구 정치정서가 그대로 투영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대의와 의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권자 정서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정치적 대의라면 '미스터 바른소리'라는 별명의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를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할 수 있고 의리라면 비록 낙하산 공천일지라도 "그래도 한나라당 아니냐"는 정서가 될 수 있다.

범어동에 사는 김모(43.여)씨는 "추미애 의원한테도 쫓겨나고 너무 불쌍하지 않나. 당이야 어떻든 그래도 인물을 생각하면 찍어줘야 되는데..."라며 조 대표에 대한 애틋한 정을 표시했다.

조 대표 출마에 대해서는 정서가 엇갈린다.

그동안 조 대표를 둘러싼 정치상황이 급변하면서 대구에서의 조 대표 영향력이 현저히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 대표 하나쯤은 살려야 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만만찮다.

여기에는 6.25 전쟁중 조 대표 선친으로 당시 내무장관이던 유석(維石) 조병옥(趙炳玉) 박사가 대구 사수를 결단하고 실천했던 점도 반영되는 듯 하다.

그러나 문제는 조 대표가 지역구 선택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점이다.

조 대표가 지역구 선택을 저울질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구 유권자들의 반응이 차츰 냉담해져 버린 것이다.

정치적 대의를 생각한다면 조 대표를 충분히 수용할 수도 있지만 너무 시간이 흘러버린 느낌이다.

조 대표 역시 지난 2일 부인인 연극배우 김금지씨와 선대위를 발족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나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루종일 "제가 누군지 아시죠"라면서 유권자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으나 얼만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 지역 유권자들이 보이는 반응중 하나는 또 한나라당에 대한 미묘한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이 지역에서 보여준 공천행태를 보면 지역 유권자들을 무시해도 이만저만 무시한 것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현역의원이 둘이나 버티고 있었지만 경선이나 여론조사 한번 없이 느닷없이 현 이한구(李漢久) 후보를 공천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의 사천(私薦)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후보도 비례대표와 서울 강남을 오락가락하다 "수성갑이 그래도 당선가능한 곳 아니냐"며 덥석 무혈입성했다.

한나라당 공천 결정 직후 이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은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치 한나라당의 안하무인식 공천에 대한 유권자 반발심리가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분위기도 최근에는 숙지고 있다.

대구 지역 전체를 관통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묻지마 식 의리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황금동의 최모(35)씨는 "지난총선때도 낙하산 공천시비를 불러일으켜놓고 이번에도 대구와 별 연고가 없는 사람을 후보로 내려보냈다"면서도 "그래도 거대여당이 된다는데 대구에서만이라도 막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비록 밉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나라당 아니냐는 대구의 막무가내 식 의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지역구를 돌고 있는 이 후보에게 보내는 유권자 반응도 별 차이가 없다.

생소한 이 후보를 도외시하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묻지마 식으로 이 후보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김태일(金台鎰) 후보와 민주노동당 이연재(李演宰) 후보 등이 고된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정병양(鄭柄亮) 후보의 도중하차로 뒤늦게 공천을 받은 열린우리당 김 후보는 탄핵정국으로 급상승세를 보였지만 한나라당의 '거여견제론'과 '조순형의 출현'으로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탄핵정국 여파가 남아있어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민노당 이 후보는 이 지역의 높은 정치수준 때문에 어느지역 민노당 후보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간의 이전투구 와중에 민노당이 뜨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선전을 통해 민노당의 가능성을 시험하겠다며 강행군을 거듭하고 있다.

자민련 신우섭(申雨燮), 기독당 석홍(昔洪) 후보 역시 고군분투를 하고 있으나 거대 정당간 싸움에서 힘겨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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