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荀子)는 '권학' 편에서 '학문이란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므로 중지해서는 안 되며, 청색이 쪽빛보다 푸르듯이, 얼음이 물보다 차듯이, 스승을 능가하는 학문의 깊이를 가진 제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줄여서 흔히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하는데 우리의 삶이나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되게 마련이다.
더구나 아직도 세계화 시대에 뒤쳐져 가는 우리로서는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아닐 수 없다.
세계시장 개방의 가속화와 경쟁의 심화는 기업들에게 날이 갈수록 '청출어람'을 요구한다.
일류상품을 지닌 기업만이 생존과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하나의 일류상품을 내놓기까지는 연구개발과 시행착오, 엄청난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일류상품의 위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프랑스 파리의 루이뷔통 본점 앞에는 핸드백과 구두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늘 장사진이라 한다.
심지어 그 비싼 제품을 사기 위해 파리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세계일류상품을 몇 개 보유하고 있느냐가 국가경쟁력의 척도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세계일류상품 수가 1994년 이후 계속 줄어 국가 경쟁력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의 세계일류상품(세계시장 점유율 1위 기준)이 94년 82개, 96년 71개, 98년 64개로 떨어졌으며, 지난해는 54개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2001년에 753개로 급상승하는 등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일류상품이 2001년 기준으로 미국은 954개, 일본은 318개라 한다.
이렇듯 중국은 일본을 크게 앞지를 만큼 세계시장에 무서운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주요산업의 기술력에서도 격차가 놀라울 정도로 벌어지고 있으니 기가 찬다.
이렇게 가다가는 '안팎 꼽추'가 되는 건 아닐지. 그러나 지금 우리는 위기를 위기로 절박하게 느끼지 못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만 늘어놓고 있는 건 아닌지….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며, 문화경쟁력이 기업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갈파했다.
한 나라의 종합적인 문화경쟁력이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사회 분위기가 기업들이 세계일류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고, 기업들은 창의력과 모험정신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바탕 위에서 개별 기업 브랜드에 못지 않게 국가 차원에서 '국가 브랜드의 힘'도 키워나가야만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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