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증 장애인의 국회 입성

제17대 총선을 통해 중증 장애인들이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장애인 복지와 권익 향상의 새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역대 국회에 장애인 의원이 전혀 없지는 않았고 지방의회에도 장애인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비교적 많은 장애인이 당선됐고 특히 중증 장애인까지 등원하게 됐다는 점에서 그같은 기대치가 한결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총선 개표결과 드러난 장애인 당선자는 4, 5명. 이중 한나라당 정화원 당선자는 앞을 못보는 1급 시각장애인이고 열린우리당 여성 당선자 장향숙씨는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이들은 모두 이전부터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단체를 이끌며 장애인 권익 신장을 위해 앞장서온 사람들이다.

국회의원 당선이 개인의 영광이기 이전에 장애인 대표로서의 책무가 더 클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 편의시설과 복지 수준은 여전히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달리 예를 들 것도 없이, 국회 내부 사정만으로도 현실을 알 수 있다.

국회라는 최고의 시설, 민원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에 장애인용 화장실은 필수이고,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통행로는 물론 의석과 본회의장 발언석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또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점자 설비 등도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중증 장애인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금에서야 비로소 준비하느라 허둥대고 있지 않는가. 이같은 사실은 그동안 중증장애인은 국회 출입의 대상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중증 장애인이 몇 명 국회에 입성한다고 해서 장애인들의 처지가 금방 나아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증 장애인의 국회 진출이 장애인의 생활 환경이 한 차원 개선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와 소속 정당들은 장애인 의원을 일시적인 민심 획득의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장애인 당선자들을 축하하며 그들의 의정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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