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신기록...야구와 정치

'기록은 깨어지기 위해 존재한다'.

스포츠에서 새로운 기록이 수립된다는 것은 해당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대단히 흥분되는 일이다.

특히 불가능할 것 같은 기록을 낸 선수가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차근차근 정복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삼성라이온즈 박종호(31)가 지난 15일 아시아 신기록인 34경기 연속안타를 터뜨린 데 이어 16일에도 홈런 아치를 그려 연속안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박종호의 기록은 일본 프로야구 다카하시 요시히코(히로시마)가 1979년 세운 33경기 연속안타 기록을 깬 아시아 야구사의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박종호는 특유의 악바리 근성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체력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연속경기 안타 신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팬들은 그가 기록을 갈아치울 때마다 열광하고 박수를 보낸다.

공교롭게도 박종호가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한 15일은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다.

대구의 경우 16대 국회의원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독점현상이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1997년 대선, 1998년 지방선거, 2002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대선까지 포함하면 대구에서의 역대 선거 거의가 몰쏠림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보기 드문 선거판 싹쓸이 기록이 대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지역을 위해선 당연한 결과라는 주장과 한 정당이 독식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상충되고 있다.

같은 날 프로야구에서는 새 기록이 수립돼 팬들을 흥분케 만들었고 선거판은 과거의 싹쓸이 기록이 반복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박종호의 신기록 수립을 지켜보면서 스포츠에서 기록이 깨어지는 것이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듯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대구의 일당 싹쓸이 기록도 깨지면 시민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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