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남 병참기지'論...벌집 건드린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 "영남권 의원 2선 후퇴" 요구

30일 한나라당 연찬회 직후 대구.경북 당선자들은 별도 모임을 갖고 당 정체성과 지역주의 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특히 이재오(李在五) 의원의 '영남 병참기지' 발언을 곱씹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연찬회 전체회의에서 "영남은 적어도 집권할 때까지 병참기지여야 하고 수도권은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전진기지를 병참기지에서 도와줘야 4년 후 집권이 가능하다"고 말해 사실상 영남권 의원들의 2선 후퇴를 요구했었다.

○…대구 당선자들은 '영남 병참기지' 발언 탓에 벌집을 쑤셔 놓은 듯 격앙됐다.

박종근(朴種根) 의원은 "이 의원 발언은 영남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무조건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 아니냐"며 "통일정책과 같은 한나라당의 수구 이미지를 영남에 뒤집어씌워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성토했다.

이해봉(李海鳳) 의원도 "대구.경북이 정권을 30년간 잡다보니 반감이 잠재적으로 남아 욕을 얻어먹고 있다"고 지적하고 "김대중 정권이 과거 영남에 들인 공에 비해 우리는 호남을 포기한 것 아니냐"며 "그런 이유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창달(朴昌達) 의원은 "당내 언쟁만 붙으면 영남 타령에다 가만히 있으라는 식"이라며 "실상을 따지면 지역주의는 호남에서 만들었고 지역당은 열린우리당이 아니냐"고 했다.

곽성문(郭成文) 당선자는 "최근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을 만났더니 영남을 지역주의로 모는 부분이 있더라"면서 "당의 외연확대를 위해 영남이 통일정책만이라도 수도권 수준으로 의식을 업그레이드 해야한다는 주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명규(李明奎) 당선자는 이념문제나 지역주의 논란에 매몰되지 말고 '민생고' 해결에 힘을 쏟자고 제안,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정강정책에 담긴 이념을 떠들어 봤자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17대 개원과 동시에 재래시장 대책이나 비정규직 사회보장제와 같은 법안을 던져 이슈를 선점하자"고 주장했다.

○…경북 당선자들도 당 정체성과 지역현안에 대한 소신을 주고받았다.

김태환(金泰煥) 당선자는 "보수니 진보니 진부한 얘기를 주고받을 형편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김광원(金光元) 의원도 "지루하게 논쟁을 끌지말고 가정과 나라의 안녕을 위해 모두 열심히 잘하자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인배(林仁培).정종복(鄭鍾福).최경환(崔炅煥) 당선자는 시.도 통합 문제를 이슈로 제기했다.

정 당선자는 "대구.경북 의원들간 교류가 없어 통합 논의가 미뤄진 것 같다"고 했고, 최 당선자는 "최근 모 방송국의 ARS 조사결과 80%가 넘는 응답자들이 통합론에 찬성했다"며 "경북도가 적극 추진하고 시도민의 호응도 적지 않아 무작정 연기해선 안된다"고 했다.

임 의원도 "이거(시도통합) 안되면 위천공단 같이 백지화되는 사업이 생겨날 것이고 환경문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임 의원은 또 경북 정무부지사 역할을 강조하며 당 공천자 중 지역서 유일하게 낙선한 신영국(申榮國) 의원을 부지사에 거론, 이목이 쏠렸다.

그는 "정무부지사 자리는 지방의회와 국회, 경북도를 넘나들며 막후조정 역을 해야 하는데 신 의원 같은 능력있는 사람을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총선결과 지역의 '여권 창구'가 사라진 만큼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경북지역 선출직들은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공짜로 당선되는데 만족하지 않았느냐"며 자성론을 폈다.

김태완. 박상전기자

사진 :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 연찬회에서 참석자들이 경제정책관련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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