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려가 현실로…" 입시학원 'EBS수능강의'직격탄

교육방송(EBS)의 수능 강의가 시작된 지 한달이 된 가운데 대구시내 입시학원들이 수능강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난립한 과외 공부방에 수강생을 뺏겨 가뜩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EBS의 수능강의로 수강생이 더욱 줄어 임대료조차 못 내는 학원이 잇따라 생겨나는가 하면 팔려고 내놓아도 권리금이 바닥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

70여개의 유명 입시.외국어학원이 몰려있는 대구 수성구 지산.범물동 학원가에는 전체 학원의 10% 정도가 최근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원가 관계자들은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나면 수강생이 더 줄어들까봐 드러내놓고 말은 않지만 앞으로 경영난을 못 이겨 새 주인을 찾는 학원이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학원 한 관계자는 "월 300만원의 임대료를 몇달째 못 내고 있다"며 "밤 늦게까지 학원생들로 붐비던 동네가 적막할 정도로 조용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3월 수능방송이 시작된 이후 고교생 80여명이 학원 수강을 그만 둬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이때문에 중학생들 위주로 겨우 강의를 꾸려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사정은 대구시내 대부분의 학원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사정이다.

대구 입시학원연합회측에 따르면 현재 대구시내 900여개에 달하는 입시학원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학원이 고작해야 10%대에 머무는 형편이라는 것.

학원 경영이 부진하다보니 권리금도 크게 떨어져 최근 달서구 지역 일부 학원은 시설투자 비용도 못 건진 채 매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매매가 안돼 아예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학원연합회측은 "수강생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고 2.3학생들이 밤10시, 11시까지 '자율학습' 명목으로 학교에 매이는 경향이 교육방송 개시 이후 더 심해진 때문"이라며 "사교육 대책의 부작용을 정부에 항의라도 하고 싶지만 여론을 자극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교육열에 편승해 학원들이 지나치게 난립하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입시학원을 운영한지 5년째라는 한 학원장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수능강의가 1년만 더 지속된다면 학원 운영은 정말 끝장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일반 입시학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학생들이 공부방 등 다른 사교육기관으로 몰려 오히려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헌.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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