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모방해서 만들어진 '14일 데이'는 일년 열두달 모두 제각각의 이름이 있고 사연이 있다.
1월 14일은 '다이어리데이'로 1년 쓸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날. 2월은 본의 아니게 '14일 데이'의 원조가 된, 역사적인 유래를 가진 '밸런타인데이'. 3월은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선물한다는 '화이트데이'.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풍습이 있는 '밸런타인데이'에 짝을 맞추느라 생겨났다.
◆ 4월은 화이트데이에 대응해서 만든 '블랙데이'다.
짝없는 사람들은 홀로 자장면 먹고 쓴 블랙커피를 마셔라는 날이다.
5월은 '옐로데이' 또는 '로즈데이'. 이날까지 연인을 못구한 솔로들은 카레나 비벼먹고, 연인으로 발전한 짝들은 장미 향기속에 데이트를 즐기는 날. 이런 식으로 '14일 데이'는 12월 '허그데이' '머니데이'까지 이어진다.
뜻깊은 밸런타인데이가 변질한 정도 이상으로 '14일 데이'는 청소년들의 발랄한 장난끼와 치밀한 상술이 뒤섞여 있다.◆ '데이'의 마케팅 효과는 상당하다.
밸런타인데이의 경우, 초콜릿 판촉 차원을 넘어 크고 작은 전국 유통업체의 대목이 된지 오래다.
이날을 전후해서 남자들이 집결한 군부대 인근 우체국은 여러 종류의 선물 소포가 산더미처럼 쌓여 홍역을 치른다고 한다.
'데이'는 이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놓칠 수 없는 사냥감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과자모양을 날짜에 맞춘 '빼빼로데이'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 판촉사에 남을만한 작품이다.
덩달아 각종 과자 날들이 쏟아져 아이들 응석부리기를 조장하고 있다.
◆ 이런 데이 마케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마케팅 감각에 비교적 둔감한 농산물 분야서도 적극 나서고 있다.
조류독감 등 수시로 파동을 겪다보니 궁하면 통한다고 눈이 트였다고나 할까. 지난 5월2일은 '오리데이'와 '오이데이'였다.
오리협회와 농협이 서로 놓칠 수 없는 날짜여서 경합을 벌였다.
3월3일은 '삼겹살데이'다.
축협쪽에서 정한 날인데 제대로 맞춘 수작이라 할 만하다.
'치킨데이'는 9월9일. 닭이 구구하고 우는데 착안했다고 한다.
◆ 10월24일 '사과데이'는 좀 특이하다.
사과 생산자쪽에서 정한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대책 국민협의회가 창안했다.
'사과 향기 가득한 10월에 둘(2)이 서로 사과(4)하고 사이좋게 지내자'는 뜻을 담아 사과를 주고 받는 날이다.
그밖에 3월7일 '삼치데이' 7월2일 '체리데이' 9월2일 '구이데이'도 있다.
이처럼 갖가지 '데이'가 공.사간에 무수히 생겨나고 있다.
그렇지만 '데이'든 '날'이든 1년 365일 중에 가장 따뜻하고 뜻깊은 '날'은 역시 '가정의 달' 5월에 들어 있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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