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첫인상

한 나라 국민의 예의 수준은 인사말과 관련이 있다.

인사말이 발달한 나라의 국민들은 최소한 겉으로는 예의 발라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인사나 예절문화가 결투제도와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자고로 결투제도를 두고 있던 민족은 인사성이 밝다.

예절을 지킨다는 것은 목숨을 지킨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발을 밟고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자기 목숨을 보전하려면, 당대 최고의 칼잡이나 당대 최고의 속사포가 되었어야만 했다.

더구나 이 '무법자'는 장안을 통틀어 한 명일 수밖에 없었고 그 또한 영원한 고수로 남을 순 없었으니, 더 이상 손가락이 무뎌지기 전에 인사성이 밝아져야만 자기 명껏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결투제도를 갖지 못했던 탓인지 몰라도 우리는 인사성이 밝지 않은 편이다.

인사는 첫 인상을 결정짓는 등 사회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국인들에게 비친 한국인의 인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우린 많이 굳어 있다.

필요 이상으로 심각해 보이는 것이다.

'첫 인상 5초의 법칙'이란 책은 첫 만남에서 매력적인 인사로써 5초 만에 상대방을 사로잡을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한 책이다.

아무리 무뚝뚝하고 사교성이 없는 이라 해도 상대에게 신뢰감. 친근감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요령을 담고 있다.

또 그런 변화의 과정 후 자신을 더 빛나게 해줄 마음가짐, 약속시간, 외모, 표정, 복장, 보디랭귀지, 대화의 기술에 관한 실용적인 정보를 담고 있기도 하다.

개인의 IQ나 EQ보다는 단체생활 능력을 나타내는 GQ, 도덕지수를 나타내는 MQ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작금, 화사한 봄볕 아래 가벼운 마음으로 일독해 볼만한 책이다.

인사성이 밝으면 밝을수록 사회는 밝아지건만 지금 우리는 인사에 무척 인색한 편이다.

나아가 동방예의지국 국민이란 소리를 계속 듣고 싶으면 인사문화에 모종의 혁신이 필요하리라. 국민들의 인사성을 위해 결투제도를 도입할 순 없으니 말이다.

구광렬 울산대 교수.스페인 중남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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