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 식구 병구완 7년 억척"

"어머니, 앞으로 더 잘 할게요!"

주부 설기묘(薛奇妙.48.대구 수성구 지산1동)씨는 이번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을 준비하지 않았다.

7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과 함께 받은 금색 브로치를 친정 어머니에게 카네이션 대신 달아드린 것.

설씨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파킨슨병(중추 신경계의 퇴행성 질환)을 앓는 친정 어머니(78)와 얼마전에 고인이 된 근무력증의 남편을 돌보며 1남2녀의 자녀를 잘 키워 이번 어버이날에 효행 분야의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던 설씨에게 '고통'의 그늘이 갑작스레 드리워진 것은 지난 97년.

20년 동안 공무원으로 일하던 남편 고(故) 유익춘씨가 빚 보증문제로 충격을 받고 쓰러진 뒤 근무력증에 걸려버린 것. 이후 남편은 지체장애인 1급에 등록되었고, 설씨의 가족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다.

이때부터 설씨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었다.

파킨슨병을 앓는 친정 어머니를 모시면서 남편의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고 자녀들의 뒷바라지도 해야 했던 것.

이때문에 설씨는 "갑작스레 나락에 떨어진 처지를 납득할 수가 없어 매일 하염없이 울고,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그러나 남편 유씨는 설씨의 정성에도 불구, 지난 3월 영원히 눈을 감았다.

설씨는 남편이 숨진 뒤 친정 어머니에게 더욱 정성을 쏟고 있다.

남동생이 있지만 미국에 살고, 친정 어머니도 자신과 함께 있기를 바라서 모시고 있는 것. 설씨는 어머니의 근육이 갈수록 굳어지고 있어 가급적이면 집 밖 외출을 삼가고 병 수발을 들고 있다.

설씨는 "어머니와 남편을 모시는 모습을 항상 곁에서 지켜본 때문인지 아들.딸의 효심도 남달라 어려운 형편이지만 마음만은 즐겁다"면서 아들.딸을 대견스러워 했다.

설씨가 대통령 표창을 받고 온 7일 밤, 설씨의 집은 밤새 불이 켜지고 기쁨이 넘쳤다.

큰 딸 유미(20.대학생)와 둘째딸 은혜(17), 막내 아들 진현(13.두산초교6)이는 그동안 힘들었던 일을 되돌아보며 엄마 설씨와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으며 밤을 새워 이야기 꽃을 피웠다.

설씨는 "앞으로 더욱 잘하라며 상을 줬다"면서 자녀들을 얼싸안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설씨 가족에게 영원히 기억될 기쁨의 밤이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