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한 가정이 한 아이를...

아이들이 위험하다.

근래들어 동반자살에 대한 뉴스를 자주 접한다.

또 자녀를 집에 남겨두고 홀연히 집을 나가버리는 무정한 부모가 증가하고 있다.

생활고에 시달린 부모가 현실의 막다른 벽 앞에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자주 만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면서도 친부모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대책 없이 방치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불안과 조바심이 한꺼번에 밀려와 마음만 급해진다.

어떤 이유로도 동반자살이라는 형태로 자녀를 살해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지만, 혹 우리 모두가 그들의 죽음에 대해 방관자로서 구경만 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얼마 전 어떤 기자가 복지를 한마디로 표현해 보라고 요구했다.

순간 떠오르는 대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행복은커녕 생존이 위협받는 아이들. 누구보다 사랑받고 행복해야 할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엽기적인 아동유린 기사들에 분노하다가 이내 잊어버리곤 하던 우리 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친부모가 양육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아이를 내 가정을 열어 맞아들이는 대안가정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특별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겼던 대안가정 부모들은 사실은 너무나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다.

그들은 함께 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금 우리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한다는 자세로 위기에 처한 아이를 맞아들여 사랑을 나누는 가족이 되는 것이다.

대안가정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일 수 있다.

결단은 순간적으로 가능하지만, 대안가정으로 살아가는 일상은 동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전개될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대안가정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가정경제 파산과 이혼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없어 대안가정에 맡긴 한 부부는 일년 후 아이를 데려가며 재결합했다.

이혼 후 맨몸으로 쫓겨나 당장 기거할 곳조차 없어 차라리 아이와 함께 죽고 싶은 유혹에 빠졌던 엄마는 죽을 각오로 일을 해 4개월 만에 자립하여 아이를 찾아갔다.

사회적 편견과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아이를 지켜온 미혼 엄마와 아빠도 대안가정의 도움으로 아이를 포기하지 않게 되었다.

정부도 지난 2003년부터 위기아동에 대해 시설보호보다 가정보호를 우선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정위탁보호법 제정은 물론 지원체계가 미흡하여 대안가정의 개인적인 희생과 봉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을 위해 자신의 가정을 열어 한 아이를 맞아들이는 대안가정이 많이 생겨나야 하겠지만, 정부 또한 대안가정과 아이들을 위한 합리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명희 대안가정운동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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