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월의 雪國

일 홋카이도 동부 600km 가다

더위가 성큼 다가선 5월. 홋카이도(北海道)는 아직 겨울의 여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설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의 무대가 된 북해도에 대한 아려한 상상을 따라 길을 떠난다.

싸늘한 바람과 곳곳에 펼쳐진 백색 풍광이 먼저 객을 맞는 북해도. 마치 겨울 끝자락으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조금씩 녹아내리는 호수의 얼음과 파릇파릇 돋기 시작한 초원이 이제 겨울을 떠나보내고 살짝 봄의 정경속으로 한발을 들여놓았다.

인구 20만명의 항구도시 구시로(釧路)를 중심으로 이어진 홋카이도 동부 600㎞의 여정은 광활한 자연 파노라마와의 조우였다.

빽빽하게 뻗어 올라간 자작나무숲, 맑디맑은 호수, 유유히 풀을 뜯는 사슴가족, 모이를 찾아 분주하게 달려드는 백조들…. 홋카이도 동부를 대표하는 시래토코(知床).아칸(阿寒).구시로 국립공원을 돌아보면서 대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설산 라오스다케(羅臼岳)가 인상적인 시래토코는 홋카이도 동쪽 끝에 위치한 반도로 '대지가 끝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의 마지막 비경'이라 불릴 만큼 천혜의 경관이다.

구불구불 시래토코 횡단도로를 따라 시래토코 고개 전망대에 올라서면 하얀 눈으로 뒤덮인 해발 1,600여m의 라오스다케와 아련히 보이는 네무로 (根室)해협이 한눈에 펼쳐져 순간 숨이 탁 막힐 정도다.

보통 이 고개는 눈이 잦아 매년 4월 하순부터 10월말까지만 개통한다.

겨울 시래토코를 대변하는 유빙도 볼거리다.

유빙은 멀리 오호츠크해의 북쪽 아무르강 하구에서 탄생해 매년 1, 2월 남하하는 거대한 얼음덩어리. 오호츠크 유빙관에서는 유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영하 20℃의 온도를 늘 유지해 연중 실제 유빙과 오호츠크의 겨울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마련한 유빙관 체험실도 색다르다.

시래토코 오호(五湖)도 꼭 가볼만한 산책 코스. 도보로 짧게는 20분, 길게는 90분 거리의 산책로를 걷다보면 가슴속으로 한없는 청량감이 밀려든다.

호수 주변의 원생림과 시래토코 연산(連山)이 녹은 호수면에 살포시 자기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5월의 북해도는 한폭의 진경산수였다.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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