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사람-"지휘자는 지휘만 잘하면..."

이동신(38)은 대구.경북 민간 오케스트라로부터 '초청 1순위'로 꼽히는 지휘자이다.

특정음악단체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달 구미교향악단 창단연주회를 가졌고 대구스트링스 챔버오케스트라, 조이스트링스 챔버오케스트라 등 많은 연주단체의 지휘봉을 잡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동신을 이야기할 때 마산시향을 빼놓을 수 없다.

1999년 러시아 유학을 끝내고 갓 귀국한 그에게 마산시향은 지휘봉을 맡겼다.

1998년에 대구시향에서 객원지휘를 한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검증을 받지 않은 젊은 지휘자에게 마산시향이 상임지휘자 자리를 준 것은 모험이자 파격이었다.

경험삼아 원서를 냈기에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것은 그로서도 뜻밖이었다.

다섯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이동신은 피아니스트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꿈과 달리 관현악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당초 이동신은 음악애호가로 남겠다는 생각에 공과대학을 다녔지만 지휘자로서의 꿈을 버릴 수 없어 계명대 작곡과(지휘 전공)에 늦깎이 입학을 했다.

이동신은 단원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지휘자는 관객이 아니라, 1차적으로 단원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단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좋은 소리를 내려면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휘 때 단원들이 내는 소리를 다 듣냐?"는 짓꿎은 질문에 이동신은 "솔직이 그렇지 못하다"고 답했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 만큼 고통스러운 작업이 없다.

지휘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어서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도 이동신은 손 때 묻은 헤진 책을 보는 중이었다.

얼핏 보니 윌리엄 워드가 지은 '음악양식 연주'라는 책이었다.

"클래식은 어차피 서양음악이다.

아무리 잘해도 세계 1등을 할 수 없지 않느냐".

"세계 1등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스포츠나 경쟁도 아니고, 작곡자가 서양인들만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감동을 줄 수만 있다면 장르가 무슨 상관입니까".

우문을 던졌다가 뒤통수 한 방 얻어 맞은 격이었다.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 집을 짓는 것처럼 교향곡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지휘자로서 이동신의 음악관은 확고했다.

지역 음악계 풍토에 대해 하고픈 말이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충전 부족을 느낀다"며 말을 아꼈다.

외국에 가서 더 공부하고 싶고 좋은 연주 더 많이 듣고 싶다고 했다.

조금 이력만 쌓으면 음악단체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 된 요즘 "지휘자는 지휘를 잘하면 그만일 뿐"이라는 지휘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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