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구만대장경

우리생활에서 숫자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상상 이상이다.

숫자의 발명이 없었다면 인류문명의 창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느 문화권이든 숫자와 관련된 단어들이 크게 발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 중에서도 '모든'이라는 말이 붙을 수 있는 최초의 숫자 3은 완전숫자로 간주된다.

우리말에도 삼자와 관련된 단어들이 적지 않다.

지인용(智仁勇)을 삼덕(三德)이라 하며, 민간신앙에서는 수재, 화재, 풍재를 3재(三災)로 일컬어 액막이를 한다.

또 금강.지리.한라산을 삼신산(三神山), 충청.전라.경상을 삼남지방으로 부른다.

고대 형벌에 등장하는 삼족(三族)은 친족, 외족, 처족을 묶은 것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삼장(三藏)은 경장(經藏) 율장(律藏) 논장(論藏)으로 구성된다.

경장은 부처님의 설법을 기술한 것으로 금강경, 화엄경, 법화경 등이 대표적이다.

율장은 불교도가 지켜야 할 계율과 그 해설을 담고 있으며, 논장은 경장과 율장의 정신을 설명하고 주석을 단 것이다.

이들을 묶어 삼장경 또는 장경이라 하는데 흔히 대장경으로 부른다.

한중일 3국에서 여러 종류의 대장경을 만들었지만 그 중 으뜸으로 치는 것은 해인사 팔만대장경이다.

판목과 문자가 정교하고 화려할뿐더러 판수가 8만1천258장, 총 글자수 6만여 자의 엄청난 분량이다.

12년 간의 판각 작업 중 글자 한자를 쓸 때마다 한번씩의 절과 기도를 했다하니 그 신앙심과 호국의지를 비길 데가 없다.

▲이 팔만대장경이 '구만대장경'으로 새로 태어나게 됐다.

770년 전 만들어진 목판 대장경을 반영구 보존용 동판경으로 제작하면서 역대 한국 고승들의 어록 1만장을 추가키로 한 것이다.

총 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6개월 간의 전문가 검토를 거쳐 이미 최종판을 확정한 상태다.

오는 17일 봉정식을 기점으로 2006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해인사 주지 스님은 "동판경이 남북과 동서로 갈라진 우리나라를 통합하는 데 기여하기 바란다"는 기원을 담았다.

▲마침 오늘은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있었던 날이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과 동서로 갈라진 나라에 좌우, 노소, 빈부 대립이 추가되면서 탄핵심판이라는 유례 없는 사태를 몰고 왔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토막내기 어려울 정도로 갈가리 찢어졌다.

그 폐해는 지난 1년여 동안 국가가 한 발짝도 진전 못하고 아수라의 공간을 헤매도록 만들었다.

이번 결정은 이런 국가의 분열상을 수습하고 우리 자신을 조용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헌재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태민안의 새 기업을 닦을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자중과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만대장경이 나라 통합을 가피해주는 소식이기를 빌어본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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