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한(恨)을 풀어준 교장 선생님과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황순금(63.구미시 송정동).경순(60.구미시 도량동)씨 자매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구미시 송정동 '상록학교'를 찾았다. 이들은 배움의 꿈을 이 학교에서 이뤘다.
두 자매는 한국전쟁과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배움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언니 순금씨는 중학교 입학과 함께, 경순씨는 초교 3학년까지 다니고 학업을 그만둔 게 응어리로 남았다.
이들은 오랜 망설임 끝에 작년 4월 비정규학교인 상록학교를 찾았고 1년 만에 대입검정고시(고졸)에 합격했다. 초.중.고 과정을 마치려면 대개 5~7년 정도 걸린다.
따라서 '60대 만학도'가 불과 1년 만에 대입검정고시를 통과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이 학교가 1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최단 기록이기도 하다.
배움을 갈망하던 동생 경순씨가 먼저 상록학교 이야기를 전해듣고 언니를 설득했다. 이어 지난해 4월 고입 검정고시반에 함께 입학했고 3개월 만에 합격했다.
"아들과 며느리가 가정교사 역할을 했으나 수학과 영어가 어려워 새벽까지 책을 보았습니다. 합격통보를 받고서도 믿기지 않았어요". 특히 동생 경순씨는 특별한 학습자료도 없는 중학 입학검정고시(초등 졸업)까지 병행해야 했다.
최근 실시한 대입 검정고시에 나란히 합격한 이들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내년에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이다.
이 학교 정태하(49) 교장은 "'배울 때 어려움은 한 순간이지만 못배운 서러움은 평생'이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늘 얘기한다"고 밝혔다. 정 교장 역시 초교 졸업 이후 정규 학교에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도 지난 1988년부터 1993년까지 상록학교에서 공부했고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김천대학 전파통신과를 졸업했다. 정 교장은 못 배운 설움을 아는지라 상록학교에서 어느 누구보다 열성이다.
구미.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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