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은 만물상이다.
평소 복잡하고 시끄럽다는 이유로 시장을 멀리했다면 마음을 고쳐먹고 시장의 속살을 들여다보자. 시장 속을 조금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미처 몰랐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화려한 조명 밑에 멋진 차림의 고객들이 찾는 백화점에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겠지만 도심 곳곳에 자리잡은 재래시장에서는 '시장표' 상품덕에 돈이 조금 덜 든다.
조금만 센스가 있다면 일류 메이커 못지않은 물건들을 싼 값으로 손에 쥘 수 있다.
시장은 주말과 휴일, 짧은 반바지 차림에 아이들 손을 잡고 여유롭게 즐기는 가족나들이 코스로도 아주 좋다.
대구도심에 자리한 재래시장들을 소개한다.
#시장의 대명사 서문시장
서문시장은 없는 물건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갖가지 물품들이 즐비하다.
특히 동산상가 지하1층에 가면 옛 선비들이 쓰던 갓이나 탕건.망건 등 제수용품을 비롯해 패랭이.곰방대.방립 등 희귀한 물품들을 파는 점포도 적잖아 눈길을 끈다.
장사 이력 20년이라는 재율(62)씨는 "가끔 제사를 지내려는 사람들이나 연극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사간다"고 했다.
서문시장 하면 한복이나 포목(布木)을 빼놓을 수 없다.
포목점이 밀집한 1지구상가 2층에는 곱디고운 오색 빛깔의 한복들이 집집마다 걸려있어 구경꾼들의 마음까지 화사하게 만든다.
뭐니뭐니해도 서문시장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먹을거리다.
게중 많은 사람들이 찾는 노상 수제비집에는 얼음이나 냉동고에 하루쯤 재놓아 쫄깃한 맛이 일품인 수제비를 판다.
싸고 푸짐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짱이다.
점심시간이면 길거리에 내놓은 작은 의자에 나란히 앉아 수제비를 먹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대구 시장의 양대산맥 칠성시장
청과물과 생선류가 유명한 칠성시장은 다른 시장에서는 찾기 힘든 특색을 많이 갖고 있다.
특히 민물고기를 파는 어물전은 도심 속 자연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숨을 쉬기 위해 목을 쭉 뺀 논장어, 자라, 펄떡 뛰는 가물치와 붕어, 잉어 등 살아있는 각종 민물고기가 진열돼 있다.
상인 조운재(37.여)씨는 "보통 주말이면 초등학교 학생들이 과제물이라며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꽃 도매시장도 지나치지 말아야 할 곳. 허름한 건물 내부에 들어가면 화사한 빛깔의 꽃들이 눈을 찌른다.
요즘에는 별 표시가 없지만 겨울철에는 계절을 잊게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완구점도 칠성시장의 명물. 로봇이나 승용완구, 레고 등 각양각색의 완구들을 싼 값에 아이들 손에 쥐어줄 수 있다.
할인점이나 백화점보다 15~20% 정도 저렴하다.
#닭똥집 골목-평화시장
'닭똥집하면 평화시장'으로 통하게 된 건 IMF위기가 큰 역할을 했다.
IMF위기 직후 이곳 닭똥집이 싸고 양이 많다는 입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시원찮은 서민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현재 평화시장에는 닭똥집 음식점만 37곳에 달한다.
지금도 날이 어둑해지면 젊은이들이나 소주 한잔 기울이려는 아저씨들이 야외 테이블에 붐빈다.
이곳 닭똥집은 밀가루를 바른 똥집을 튀긴 후 양념을 무치는 게 특징. 5천원이면 세 사람이 넉넉하게 맛볼 수 있다.
#떡 골목-염매시장
공식적으로는 덕산시장이지만 아무래도 염매시장이 더욱 입에 익은 시장이다.
염매시장 떡집은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 떡 명소다.
20여곳의 떡집에는 다양한 떡과 전.돼지고기.약밥 등 30여종의 전통 먹을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우리 전통 떡을 널리 알리는 한편 흑찹쌀에 대추.호두 등으로 속을 채운 '공주떡'도 처음으로 만들어 파는 등 새로운 스타일의 떡을 개발해내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현대적 분위기-교동시장
재래시장이라 하기에는 좀 어색할 정도로 현대화된 상가들이 밀집한 시장. 동성로를 끼고 있어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100여곳에 이르는 컴퓨터 상가와 주로 18k나 순금을 파는 귀금속 상점들이 젊은이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곳에 가면 최신 컴퓨터 모델은 물론 여성들의 눈을 매혹할 만한 아기자기한 귀금속들을 구경할 수 있다.
최근 무료주차권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쇼핑하기에 좀 더 편해졌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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