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란의 잦은 침입으로 고조됐던 동아시아의 긴장이 100여년 만에 종식되고, 고려.송.거란 사이에 평화체제가 수립됐다.
이에 따라 각 나라간 무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벽란도를 중심으로 국제무역이 늘어나면서 송나라 상인들은 물론 멀리 아라비아 상인들까지 찾고 있다.
평화와 함께 찾아온 무역의 확대는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현재 교역 현황엔 문제가 있다.
벽란도는 분명 고려 땅이지만 대외 교역의 주도권을 송나라 상인들이 장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규모 상단을 조직, 고려 조정과 민간인을 상대로 교역해 큰 이익을 남기고 있다.
물론 고려 상인도 이들과의 교역에서 큰 이익을 얻고 있으니 그만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교역 형태가 민간무역이 아니라 정부 주도의 무역이라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거래 물품도 주로 귀족층의 사치품이나 서적에 한정돼 일반민들의 생활용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교역의 목적이 부를 나누고 확대하자는 것인데 우리는 이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송나라의 무역은 민간인 중심으로 대규모 교역이다.
거래 물품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송나라 민간인들의 부 창출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송나라 상인들은 부유층 소비품인 상아, 공작, 비단, 자기, 약재 등 진귀한 물품을 가지고 와서 인삼, 광포, 은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사 간다.
관 주도의 무역현상은 국가 상업정책의 빈곤에 원인이 있다.
고려는 물론 이전에도 우리나라 무역은 국가가 대외 교역을 관장하는 공무역 중심 형태를 띠고 있었다.
조공 사절의 왕래에 편승해 필요한 물자를 거래하는 조공무역이 그것이다.
공무역 중심 정책에도 장점은 있다.
훌륭한 토산물의 유출과 사치품의 수입을 제한해 국부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상업정책은 상품 유통을 활성화하고 민간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궁극적 목적 달성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고려의 무역은 민간인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관과 가까운 대상인이나 문벌귀족만 살찌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제는 대외 교역을 민간에게 개방하고 그 이익이 민간인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민간인 가운데 능력이 있는 자는 외국과 직접 교역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물품을 해외에 널리 유통시킬 수 있고, 다양한 국내 생산활동을 자주해 민간인들이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정부는 다만 민간 교역 활동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지원하면서 세금을 걷어 국고를 충실히 하면 된다.
정치적 군사적으로 백성들이 무역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민간인의 부가 곧 국가의 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역사신문은 역사적 사건 당시 오늘날과 같은 신문이 있었다면 어떤 기사가 나왔을 것인가 생각해보는 지면입니다.
비슷한 형태의 책자나 사례들이 있지만 학교 과제물에 활용할 수 있는 실감나는 역사신문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교사,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2월 20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신석기 시대부터 근대화 시기까지 중요한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짚어가고 있습니다.
※참고자료:국립 중앙도서관.국가지식정보통합검색 시스템.한국역사연구회.역사신문.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청소년을 위한 한국사.이야기 한국사(이현희). 인물/난/미술/서책으로 읽는 한국사(정유민).인물세계사(서양편).인물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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