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세계를 정복하라.
고분자 화학반응으로 막표면에 나노(10억분의 1m) 크기의 미세기공을 형성하는 '멤브레인(Membra ne, 분리막)'은 비(非) 의류용 첨단 섬유기술이 창조한 나노과학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역삼투 멤브레인'을 생산하는 새한 경산공장은 1990년부터 15년간 미지의 나노 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멤브레인을 아시나요
가정용, 산업용 필터 내부에는 '멤브레인'이라 불리는 낯선 환경소재가 섬유막 형태를 띠고 있다.
멤브레인 표면에는 나노, 옴스트롬(100억분의 1m) 크기의 미세기공이 뚫려 있어 일반 정수시설로는 꿈도 꿀 수 없는 바닷물의 염분, 중금속이온, O2, N2 등의 초미세 물질까지 모두 걸러낸다.
정수 및 폐.하수 재활용 분야에서 멤브레인을 능가할 소재는 없다.
일반 정수시설에 막대한 에너지 비용이 들고 정수때 사용하는 응집제나 염소가 치매나 발암 물질을 유발하는 치명적 약점을 지닌데 반해 별다른 동력없이 섬유 형태로 부착하는 멤브레인은 친환경적일뿐만 아니라 에너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본은 지난 90년대 초반 이후 10년간 '아쿠아 르네상스'라 불리는 국책과제를 추진해 200여개 이상의 정수 플랜트에 산업용 멤브레인을 설치했고, 미국 아리조나 유마시(市)는 바닷물을 먹는 물로 바꾸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멤브레인을 사용하고 있다.
멤브레인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수처리 분야에서부터 우유.과일.전분 제조 등 식.음료 분야, 혈액 투석.혈장 분리.콘텍트렌즈.바이오센서 등의 의료용, 리튬이온.연료전지와 같은 에너지분야까지 응용되고 있다.
2003년말 현재 멤브레인 세계 시장 규모는 8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2005년엔 1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세계 최고의 멤브레인을 개발하라
(주)새한 경산공장이 '역삼투(Reverse Osmosis) 멤브레인' 개발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지금부터 15년전인 1990년. 모든 용매는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이동한다.
'역삼투'란 인위적 압력을 가해 고농도(폐.하수)에서 저농도(깨끗한 물)로 물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이 때 쓰이는 분리막을 '역삼투 멤브레인'이라 부르는데, 막 표면의 미세기공 크기가 10억분의 1m에 불과해 현존하는 '구멍' 중 가장 작다.
2003년 새한 경산공장의 역삼투 멤브레인 단일 매출액은 280억원으로 2002년 94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세계 역삼투 멤브레인 시장은 2003년 4천억원에서 2009년 7천100억원으로 연평균 10% 이상 고성장을 거듭할 전망이다.
미지의 나노 세계를 정복하기까지 새한 경산 공장이 겪어야 했던 고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90년 이후 꼬박 5년이 지나서야 가정용 정수기에 쓰이는 역삼투 멤브레인을 시판했고, 산업자원부가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산업용 '내오염성 역삼투 멤브레인')에 이름을 올리는 데에는 무려 13년이 걸렸다.
#멤브레인의 비밀
새한 경산 사업장은 국내 유일의 역삼투 멤브레인 생산 공장이다.
별다른 중합(원료와 원료를 섞어 고분자로 만드는 공정), 방사(실모양으로 뽑아 내는 공정)시설없이 대형 코팅기 하나만으로 하루 최대 2만5천m의 역삼투 멤브레인을 양산한다.
현장에서 확인한 역삼투 멤브레인은 폭 1m의 일반 '천'처럼 보였다.
하지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면 2층 단면 구조를 쉽게 발견 할 수 있고, 정확하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3층 막이 하나 더 존재한다.
지지체 역할을 담당하는 120미크론(1미크론=10만분의 1m) 두께의 폴리에스테르 부직포는 내압성, 내약품성, 내화학성은 물론 물 투과성까지 높아야 하는 특별한 섬유.
멤브레인 구조를 형성하는 최대 핵심 단계는 고분자 화학기술에 의한 다층 코팅이다.
부직포에 폴리설폰(엔지니어링플라스틱-본지 21일자 보도-의 일종)을 1차 코팅하면 제법 큰 구멍의 얇은 막(40미크론)을 형성하고 여기에 특별한 고분자 물질을 2차 코팅하면 실질적인 여과기능을 담당하는 초미세기공(10옴스토롱)이 만들어진다는 것. 고분자 물질의 제조 및 중합은 멤브레인의 기능을 좌우하고, '폴리아미드'라 불리는 맨 바깥층(0.25미크론)은 전자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새한이 자랑하는 내오염성 멤브레인 제조기술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멤브레인 최대 약점은 막 표면에 쉽게 오염 물질이 쌓여서 그 '수명'이 짧다는 것. 새한은 막표면의 러프니스(roughness, 거침) 현상을 최소화는 물리적 방법과 화학처리에 의한 막 주변 이온 제거 기술을 동시에 개발해 세정주기 및 수명을 수배이상 개선했다.
지난해 12월 경산 3배 규모의 생산 시설을 구미 공장에 준공, 세계 3위의 역삼투 멤브레인 제조업체로 올라선 새한은 최근 반도체공장용 초순수 역삼투 멤브레인 개발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취재팀을 안내한 이두원 생산 과장은 "SK, 포항제철, 삼성전기, 현대자동차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새한 경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산업용 역삼투 멤브레인을 쓰고 있다"며 "국외로 눈을 돌려 바닷물을 먹는 물로 만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프로젝트와 싱가포르의 생활하수 재활용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사진 : 새한 구미공장의 산업용 역삼투 멤브레인 생산현장과 경산공장의 최종 제품. 폭 1m의 천을 코팅기에 집어넣어 나노단위의 미세기공을 형성한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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