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 중 가장 심오하고 방대하다는 '화엄경(華嚴經)' 60여만자를 금가루로 옮겨 쓴 '화엄경 금니사경(金泥寫經)'이 대구에 처음 선을 보인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은 6월 1일부터 6일까지 대구 문화예술회관 2층 전시실에서 화엄경 금니사경전을 개최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화엄경 금니사경'은 80권의 병풍형 책자로 모두 펼치면 길이가 1천300m에 이르는 대작이다.
지리산 벽송사 회주를 맡고 있는 원응(元應.70) 스님이 1985년부터 10년 동안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불경을 손으로 옮겨 쓰는 사경(寫經)은 전통적인 불교 수행법의 하나. 고려시대엔 국가차원으로도 많이 이뤄졌으나 조선시대 이후 전통이 거의 끊겼다.
최근 들어 반야심경(260자) 같이 짧은 경전을 금사경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화엄경 금사경은 원응 스님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1961년 지리산 칠선계곡 부근에 있는 벽송사에 들어온 원응 스님은 곳곳에 뒹구는 6.25 당시의 유골들을 보고 원혼들에 대한 해원(解寃)을 결심했다.
유골들을 수습하면서 스님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마음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원력을 세웠다고 한다.
뜻을 세우고 20여년을 참선하며 기다려온 원응 스님은 85년 먼저 '화엄경'을 먹물로 옮겨쓰는 먹사경부터 시작했다.
여러가지 '화엄경'을 비교하며 오.탈자를 잡는 등 금사경에 한치의 오차도 없게 사전작업을 했다.
5년 뒤 신도들의 시주를 모아 금사경에 들어가 95년에 화엄경 금니사경을 완성했다.
사용된 금의 양은 4kg, 닳아서 버린 붓이 60자루나 됐다고 한다.
원응 스님은 "그저 죽을 각오로 한 글자 한 글자 옮겨 쓰다보니 화엄경 금니사경을 완성하게 됐다"며 "수행이란 건 남 모르게 하는 것인데, 이렇게 세상에 내놓으니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이번 전시회에는 화엄경 금니사경을 비롯해 '반야심경'과 '금강경'의 금니사경, 금니 탑다라니, 화엄경 금니 부채, 선시와 묵서 등 160여점이 같이 선보인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