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FTA 맞은 포도시장 해법은 '고품질'

"하루가 다르게 포도값이 떨어지고 포도 재배 농민들의 소득이 점점 줄어들게돼 걱정입니다".

겨울내내 기름을 때가며 땀흘린 비닐 하우스에서 포도 수확을 하고 있는 경산시 남산면 일대 들녘에서 만난 농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기름값은 크게 올랐는데 포도값은 예년에 비해 자꾸만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과일소비가 크게 줄어든 데 가장 큰 요인이 있지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후 '우려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구나'하는 심리적 불안감이 더해졌다.

거봉 포도 농사를 25년째 지으면서 13년 전부터 시설포도를 해 친환경인증도 받는 등 주변에서는 포도 농사깨나 짓는다는 평을 듣는 석진태(55.남산면 전지리)씨. 2천600여평에 시설 포도를 재배한 그는 지난달 27일 5kg용 18상자를 첫 수확해 1kg당 2만원에 팔았다.

이후 따내는 포도의 양은 늘어났지만 가격은 kg당 1만6천원, 1만2천원으로 계속 떨어지더니 요즘은 7천500~8천원선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석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대형 마트 등에서 주문이 밀릴 정도였으나 올해는 이마저 끊겨 부산의 청과시장에 내고 있다"며 "지난 겨울에는 기름값이 크게 오른 데다 날씨마저 추워 기름값으로만 4천500여만원 정도 들었는데 포도값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져 빚만 지게 됐다"며 걱정했다.

2천500평에 거봉 시설포도를 재배한 허동국(43.남산면 인흥리)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kg당 1만원 이상을 받았는데, 요즘은 8천원대로 떨어졌다"고 했다.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10~20% 정도 늘어날 것 같지만 올해는 포도값이 시원찮아 기름값(3천만원 정도)과 자재값을 제외하면 적자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들 시설포도 재배농민들은 "7, 8년전 저유가 시대에는 그런대로 시설포도가 다른 작목에 비해 수지가 맞았지만, 고유가 시대인 요즘 600평당 기름값이 700만~800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이나 들지만 포도값은 오히려 떨어져 수지 맞추기가 어렵다"고 했다.

경산시 농업기술센터 이재헌(48) 원예특작담당은 "경기 침체로 과일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는 데다가 전국적으로 출하성수기가 5월 하순부터 6월초순인 시설포도의 재배 면적 증가, 칠레산 포도 수입과 오렌지 등 타 과일 수입에 따른 과일 먹을거리가 다양해지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포도값이 예년에 비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담당은 "시설포도 재배농민들은 인건비를 제외하더라도 포도값이 kg당 7천원 이상은 가야 소득을 볼 수 있다"며 "앞으로 홍수 출하기인 6월초에 가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kg당 7천원대 이하로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포도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품질 포도 생산으로 생산자가 가격을 형성하는 농민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3년도 경북도 농업명장으로 선정된 김진수(55.남산면 전지리)씨.

김씨는 "칠레산 포도와 첫 경합하는 올해가 분수령이 될것으로 보고, 생산비를 절감하면서 친환경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하루 200~300kg의 포도를 수확해 '가나 포도'라는 자체 브랜드로 2kg 소포장해 상자당 2만4천원에 백화점으로 판매한다.

그는 "다른 농가에 비해 kg당 4천~5천원 정도 더 높은 가격에 물량을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꺼봉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특.상품을 수도권의 백화점에 판매하는 김성병(45.남산면 전지리)씨. 그도 "전반적으로 포도값이 떨어졌는데도 당도가 20BX 정도의 송이당 500~700g의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니까 내가 어느 정도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고, 꾸준히 고정적으로 물량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친환경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여 완숙 후 수확해 선별 포장으로 판매한다"며 "소비자들이 한 번 맛보면 브랜드만 보고도 상품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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