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서 '산자여 따르라…' 합창

청와대 경내에서 "산자여 따르라"라는 구절로 끝이 나는 운동권 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다.

386당선자 30여명과 중앙위원 등 40여명이 주먹을 불끈쥐고 80년대 시위현장을 뜨겁게 달궜던 운동가요를 부르자 청와대 영빈관을 가득 채운 참석자들 가운데 일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소속 총선 당선자들과 중앙위원 등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한 지난 29일의 청와대 영빈관은 총선승리를 자축하는 축하파티였다.

청와대와 여당의 국정 2기 단합대회 같았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노 대통령과 권양숙(權良淑)여사는 '허공'을 불렀고 앙코르를 받자 애창곡인 '부산갈매기'로 답했다.

신기남(辛基南)의장도 '웃는 얼굴 다정해도'를 부르는 등 2시간30여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영.호남 출신 중앙위원이 각기 자기지역에 대한 인사상 배려를 경쟁적으로 요청해 한때 분위기가 '썰렁'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인사말을 마치고 김혁규(金爀珪) 총리지명 여부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던 노 대통령이 3당합당 얘기를 꺼내면서 분위기가 일순 긴장됐다.

"90년 3당합당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의회에 진출한 사람들이 쿠데타 세력과 결집한 반역사적 행위"라며 "지역대결을 고착하고 항구적인 집권을 위해 국민을 배신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저는 항상 주장해왔고 많은 당원동지들이 '민주대연합'을 주장해왔다"면서 "3당합당당시 민주전선이 붕괴된 것을 복원하기 위해 민주대연합을 주장해왔는데 지금 가능성이 없어졌지만 90년 3당 합당 정신을 파괴하고 할 수만 있다면 복원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한나라당 민주계가 과거의 과오를 씻고 우리 정치를 정상적인 상태로 복원하는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대연합 복원에 대한 기대감을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민주대연합론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민주대연합은 노 대통령이 평소 자주 하던 말로, 지역구도 해소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예시했던 것일 뿐 마치 무슨 정계개편을 하겠다는 식으로 해석될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맺음말에서 "우리도 100년 가는 정당을 하자"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초선시절 경험담을 예로 들어가면서 "1년간을 삭이더라도 뼈있는 말은 나중에 하자, 튄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손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만찬에는 열린우리당 당선자 152명 가운데 재.보선 지원 등을 이유로 불참한 김혁규.임채정.김재윤.주승용.강성종.김성곤 당선자를 제외한 145명이 참석했으며,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 등 전직 지도부와 중앙위원 48명 등 당에서 200여명이, 청와대에서는 김우식(金雨植) 비서실장과 박봉흠(朴奉欽) 정책실장을 비롯한 수석.보좌관 전원이 참석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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