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란 말이 있다. 참 이상하다. 그냥 음악이라 하면 될진데 우린 우리 음악을 부를 때 언제나 국악이라는 어색한 이름으로 구분지어 부른다.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그냥 음악이라 하면 바로 우리 음악을 가리키는 말이었을 터이다.
'양악'이란 말도 있다. 갑오경장과 함께 서양식 밴드가 이 땅에 들어오면서 처음 생겼을 이 말은 당연히 우리음악과 구분하여 서양음악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오늘날 그냥 '음악'이 되었다. 어느새 양악이 우리 음악문화를 완전히 잠식하여 마당뿐만 아니라 이름까지 차지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국악의 현대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 말 이후 우리 전통의 관현악은 서양식 오케스트라의 부채살 모습으로 주자들이 자리만 바뀌어 앉혀졌고, 북은 그 구조나 소리와는 상관없이 팀파니처럼 엎어놓고 치게 됐다. 이때부터 집박 대신 지휘자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굳이 지휘가 필요한 음악인지 잘 알 수 없는 음악의 연주를 접하게 되었으며, 지휘인지 교태어린 율동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몸짓을 보게 됐다.
이들은 새로운 곡이라며 창작곡들을 자주 연주한다. 현대화라는 요란한 수사와 함께 발표되는 여러 음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새롭다'고 강변하는 곡들 속 어디에서도 새로움은 찾을 수 없다. 협주곡이란 이름으로, 혹은 국악 관현악곡이란 이름으로 발표되는 많은 곡 속에는 다만 현대화라는 말로 포장된, 200년 전의 서양음악의 양식에 대한 어설픈 흉내, 혹은 천박한 상업음악에 대한 모방만이 들어있을 따름이다. 이미 200년 전에 완성된 서양양식에 대한 어설픈 흉내를 가리켜, 또는 천박한 상업음악의 모방을 가리켜 현대화라 할 수는 없을 터이다. 더욱이 이것을 가리켜 새롭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과거가 아니라 현대의 정서가 반영된 우리 음악에 대한 모색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서양에 대한 어설픈 모방에서가 아니라 그 옛날부터 이 땅에 살면서 우리에게 내림으로 이어져온 우리의 정서와 우리의 삶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신명과 우리의 흥 속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말이다.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립국악단의 연주를 지켜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다. 그 많은 예산을 들여 국악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민간에게 맡겨 놓았을 경우 상업주의와 선정주의에 밀려 우리 전통의 맥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우리음악문화의 창달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시립국악단이 상업주의나 선정주의에 영합하여 본연의 진지함을 잊어버린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음악문화의 정서와 정체성 회복의 마지막 불씨가 이젠 바로 시립국악단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악단의 각성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촉구한다.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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