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지하철참사와 추모사업

지난 총선에서 대구 지역이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것에 대하여 단순히 지역주의 현상이라고 비판하지만, 유력한 여론조사연구소 관계자들은 단순한 지역주의가 아니라 대구시민 다수의 보수적인 정치의식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대구정치사회에서 문제되는 것은 보수정치의 과다가 아니라 보수정치의 진정성이 부족한 것이고, 대구시민사회의 결점은 보수적 시민의 지성적 실천이 빈곤하다는 것이다.

보수정치는 경제적 평등보다는 경제적 효율을 중시하면서 법과 사회질서에 기반한 사회의 안정적 운영을 원칙으로 한다.

여기서 범죄 내지 재해로부터의 시민의 안전은 엄청나게 중요한 보수적 가치의 하나이며 대구사회가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백에 하나 불운한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그 대처 및 복구, 나아가 그 마무리는 깔끔해야 한다.

미국 공화당의 루돌프 W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9.11테러 수습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것은 안전한 뉴욕건설을 통한 '시민의 삶의 질 보장'이라는 정치적 소신을 준비된 실천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과연 대구사회는 뉴욕과 비교할때 어떠한가?

1주기를 넘어선 지 벌써 한참이나 지난 대구지하철참사에 대하여 보상문제는 거의 마무리되었는데도 처음부터 희생자가족들의 염원이었던 추모묘역을 포함한 추모사업이 여전히 감감하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더욱이 희생자가족들의 일부는 최근 상당히 한스러운 반발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전해 들었다.

삼덕동 추모묘역은 당초 중구 수창공원 부지를 고집하던 희생자가족들을 만류하기 위하여 대구시가 제시한 대안이었다.

그곳은 양옆에 천주교묘역과 문중묘가 있으므로 추모묘역의 위치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무엇보다도 대구시민사회의 정치적 대표인 한나라당, 대구시 지방정부가 희생자가족들에게 약속을 한 것이므로 무엇보다도 책임있는 이행이 중요하다.

수성구 주민들은 물론이고 대구시민들 모두가 진정 한나라당을 강력히 지지해온 보수적 정치의지에 걸맞게 열린 마음으로 이 문제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

그간의 과정과 절차가 어찌됐든,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전에 억울하게 죽은 자들을 위해 우리 모두가 대승적인 양보를 하는 것이 바른 자세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죽음 앞에 서있는 인간이기에 생의 소중한 시간 속에서 좀더 겸손해지고 경건하게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가꾸어가는 일이 그리 부담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대구시민과 지방정부의 따뜻한 보수적 심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김현익(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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