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민들 '고맙다' 인사 때 힘났어요"

파업기간 대체버스 운행 배한식씨

"월급이라도 받을 수 있는 직장이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인데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린 것 같습니다".

관광버스 기사인 배한식(66.동구 방촌동)씨는 지난 25일부터 파업종결 하루전인 1일까지 하루 일과가 달라졌다고 했다.

시내버스가 파업에 들어간 이후 '대체버스 기사'로 근무했기 때문.

"지치고 힘들어 하루에도 수십번씩 그만 두고 싶었지만 저녁 때면 걸려오는 구청 교통과 직원의 애원과 시민들의 고맙다는 인사에 또다시 새벽마다 집을 나섰다"는 배씨는 "파업종결 소식에 누구보다 기쁘다"고 했다.

지난 일주일간 새벽 4시30분이면 일어나 노선배정을 받기 위해 동구청으로 향했던 배씨는 대체버스 기사의 일과는 자원봉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첫날과 둘째날 운행했던 갓바위와 범물동을 오가는 104번 노선은 하루 벌이가 8만원에 그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인건비도 못 건졌다는 것. 또 관광버스 경력만 32년째인 베테랑 기사지만 시내버스 운전은 쉬운 일이 아닌 탓에 허리통증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난폭운전을 일삼는 운전자들에다 승하차시 승객들의 안전에도 신경써야 하며 배차시간도 맞춰야 하는 탓에 장거리 관광버스에 비해 몇배 고되고 어려웠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하지만 배씨는 파업을 끝낸 버스기사들에게 할말이 많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솔직히 요즘 같은 상황에 어렵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 노사 양측의 이기주의를 지적하며 "버스를 운전해 보면 버스 노사에 대한 승객불만이 하늘을 찌른다"고 시내버스를 꼬집었다.

그는 "버스 승객 대부분이 돈없는 서민이나 학생들 아니냐" "조금 불만이 있더라도 양보를 해서 다시 승객을 위해 거리로 나서야지 이들을 볼모로 8일간이나 파업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승객들은 이해 못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내버스기사로 근무했던 배씨는 "정말 힘들어 오늘부터 쉬려고 했는데 파업이 종결돼 정말 잘됐다"며 "버스가 멈추면 돈없는 서민들이 택시를 탈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다시는 이번 같은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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