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노무현의 깍두기머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머리 스타일이 언제부터인가 바뀌어서 궁금했다.

정확히는 헌법재판소의 탄핵기각판결이 난 다음날인 5월15일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앞에 섰을 때였다.

이날부터 노 대통령의 모습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탄핵기간동안 운동을 하지 못해 다소 살이 찐 얼굴이긴 했지만 낯설게 느껴진 이유는 머리 스타일의 변화에 있었다.

옆머리를 치켜깎아올려 평소의 노 대통령과 다소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깍두기'머리다.

참여정부들어 줄곧 청와대에 출입하고 있지만 이같은 노 대통령의 머리 스타일 변화에 대해 사실 처음부터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그러나 왜 바꿨을까 하는 궁금증에 물꼬를 터준 것은 지난 달 30일 청와대에서 있은 열린우리당 당선자들과의 만찬장이었다.

이날 안영근 의원이 직접 노 대통령에게 '깍두기머리'로 바꾼 이유를 물었다.

그는 "'신라의 달밤'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대통령의 머리가 그 영화에 나오는 깍두기(배우 이성재의 헤어스타일)머리처럼 됐다.

깍두기 머리로 바꾼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안 의원의 질문에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대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노 대통령이 탄핵 기각 결정이 난 14일에 머리를 짧게 깎았다"면서 해명했다.

윤 대변인은 "다른 이유는 없고, 노 대통령의 머리카락이 원래부터 위로 뻗치는 억센 스타일이어서 평소에 머리를 다듬는데 15분 정도 걸렸다"며 "머리 다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짧게 잘랐다고 노 대통령이 얼마 전 참모들에게 밝힌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제 머리손질하는데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긴 얼마전 '효자동이발사'라는 영화까지 만들어져 권위주의시절 대통령과 전속이발사 이야기도 화제가 되는 시대다.

'깍두기머리'에서 대통령이 주는 근엄함이나 권위의 냄새를 찾기는 어렵다.

그런데 왜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그런 헤어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일까.

탄핵기각과 동시에 헤어 스타일을 바꿨다는 점에서 탄핵결정 이후 노 대통령이 심기일전한다는 각오의 일환으로 머리를 짧게 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또 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개혁적 실용주의노선'이나 '혁신'을 직접 머리 스타일로 보여주기 위한 시도 아니냐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교롭게도 깍두기 머리의 노 대통령은 지난 27일 연세대 특강을 통해 "탄핵중에는 마음이 느슨하게 풀어져 있었다"면서 "조폭문화를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경유착, 권언유착 등을 대표적인 조폭문화라고 규정하고 이를 청산 대상으로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노 대통령의 '깍두기 머리'에서는 탈권위와 혁신, 변화를 향한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실용과 혁신이라는 집권2기의 국정운영방향이 그대로 담겨있는 깍두기머리다.

서명수차장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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