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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신문/세계는 지금-흑사병 유럽 강타

피부가 검게 변하며 죽어 가는 흑사병이 동로마 제국은 물론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과 영국, 발트해 연안과 러시아 등 전 유럽을 공포와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

환자는 갑자기 고열과 함께 피를 토하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의식을 잃는다.

그리고 대개 24시간 이내에 사망한다.

흑사병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6천만 명. 1348년 한 해 동안 피렌체에서는 약 5만 명이 사망했다.

중국에서는 1346년 한 해에만 1천 300만 명이 사망했다.

페스트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 이집트의 카이로에서는 매일 1만∼1만5천명이 사망했다.

흑사병이 왜 발생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의 도시에서는 '악마가 공기를 더럽혔다' '하늘이 천벌을 내렸다' 등 무수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흑사병은 1200년대 말 중앙아시아에서 처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몽골제국의 영토확장으로 활짝 열린 동서교역로 덕분에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페스트 발병 지역이 상업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상업이 번영과 함께 재앙을 동시에 안겨 준 셈이다.

흑사병이 번지자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한적하고 깨끗한 시골로 피난을 떠났다.

흑사병이 사람들이 많은 도시를 중심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피난 행렬이 이어지면서 피렌체의 도심을 떠나 교외의 별장으로 피신한 10명의 남녀가 '데카메론'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들은 교외 별장에 모여 성직자, 봉건귀족의 타락과 부패상을 유머러스하게 폭로하고 이를 책으로 엮었다.

흑사병이 남긴 상처는 매우 크고 깊다.

급격한 경제적 쇠퇴로 제노아의 전체 수출입은 13세기 말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피렌체의 직물 생산량도 이전의 30%에 불과하다.

흑사병이 창궐한 1346년∼1350년까지 유럽 인구 중 1/3이 사망했다.

또 극도의 좌절감이 만연해 흑사병은 중세 유럽의 몰락을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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