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의 창의성 어떻게 기를 것인가

창의성 교육의 시대다.

학교는 물론 학부모들도 '창의성'이 교육의 최대 화두다.

지식기반사회, 미래사회에서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조건이라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막상 '무엇을',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부분에 들어가면 막혀버린다.

학원에 보낸다고, 과외를 시킨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어서 더욱 답답해한다.

교사들은 "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창의성을 길러줄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하란 것인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달 29일 대구 앞산 용두골에서 열린 자연관찰탐구대회 현장을 둘러봤다.

대회에는 대구의 중학교별로 2명씩 1개 조가 돼 모두 178명이 참가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라.

"생물과 환경간에 주고 받는 '작용' '반작용'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시오".

과제가 주어졌다.

하지만 얼핏 봐도 쉽잖은 문제. 그런데 중학교 1학년생들은 다양한 접근 방법을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었다.

지산중 성민재군과 박정희양은 나무 근처에 있는 식물과 나무가 없는 지역의 식물 분포를 살핀 후 이를 비교한다고 했다.

영신중 최용혁.김기범군은 경사진 곳와 평지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비교, 관찰하고 있었다.

대회를 주관한 대구중등생물교육연구회 김길영 회장(팔달중 교장)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각의 폭을 무한히 넓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탐구과제를 선정했다"며 "가정에서도 호기심을 유발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질문들을 자주 던져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대호 경대사대부설중 교사는 "늘 봐오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라"고 조언했다.

자녀들에게 '왜 그럴까'라는 의문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 문제 해결에 몰두하도록 유도하되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부모의 도움은 아껴야 한다는 것.

"가령 함께 산이나 들에 갔을 때 무심히 자라 있는 쑥을 가리키며 '그늘에서 자란 쑥이 양지의 쑥보다 키가 큰 이유는 뭘까'라고 질문해 보는 겁니다.

'어, 정말이네. 왜 그렇지'하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호기심이 생긴 아이는 답을 찾기 위해 쑥이 자란 주변을 살피기도 하고 뿌리를 보기 위해 땅을 파기도 할 겁니다".

'햇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음지의 쑥이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답을 찾아낸다면, 다음에는 "모든 식물이 햇빛을 좋아할까"라는 식으로 질문을 이어간다.

질문과 해결이 연속되는 과정 속에서 호기심이 확장되고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좋아진다.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자기주도적 학습

대회에서는 길이를 재는 자조차 쓸 수 없었다.

오직 오감(五感)을 통해서만 관찰하고 느낀 뒤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었다.

학산중 김태운.이연택군은 큰 나무 주위에는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어 풀이 자라기 어렵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나무의 높이를 재기 위해 친구의 키를 이용했다.

풀의 길이를 손가락 마디로 재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단순한 도구 사용 금지가 아니라 문제 분석에서부터 해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생각하고 풀어가야 하는 방식이었다.

교사들은 창의성을 키우는 데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부모의 역할도 자녀가 궁금해하는 문제에 답해주는 것이 아니라 해답을 찾아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박꽃은 왜 밤에만 필까"라는 질문으로 호기심을 유발했다면 아이 스스로 박꽃을 살피며 그 이유를 찾도록 내버려두라는 것. 나름대로 관찰했는데 해결하지 못했다면 다른 방법들을 찾도록 한다.

식물도감을 찾아보거나 인터넷 검색, 교사나 친구와의 대화 등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문제해결의 방법을 통해 해답에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시행착오나 과정의 실패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는 특히 답에 이르는 과정이 하나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부모 세대가 익숙한 '주입식 교육', '단편적 사고'로는 결코 창의성을 기를 수 없다.

답이 틀리거나 답에 이르는 과정이 엉뚱하다고 부모가 아는 지식이나 책에 나온 결론에 끼워맞추는 것은 창의성의 싹을 짓밟을 수도 있다.

힘들더라도 스스로 해결해낸 문제는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나아가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 또 다른 생각거리를 찾을 수도 있다.

박 교사는 "창의성은 어느 날 갑자기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을 뒤집어 생각해보고 끊임없이 오류를 이겨내는 속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며 "부모부터 먼저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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