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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서-씨앗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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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시민의 불복종' 등의 명저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1817~1862)는 타고난 자연 관찰자였다.

메사추세츠주의 작지만 아름다운 호수 마을 콩코드에서 대부분의 생을 보낸 그는, 그곳 지방의 생태 달력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콩코드 숲을 손바닥 보듯 섭렵하였다.

숲을 교과서로 삼고 '숲의 언어'를 해독 했던 그는 '자연은 부스러기만으로도 목적을 이룬다'라고 하면서, 숲의 언어 문법 체계를 익히기 위해 거의 매일 자연을 관찰하였다.

나아가 그는 식물의 이름뿐만 아니라 씨앗을 퍼뜨리는 매개체인 새, 곤충, 다람쥐, 물, 바람 등의 언어마저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한마디로 자연과 인간과의 합일을 꿈꾸었던 것이다.

마흔 네 살의 일기로 일찍 세상을 뜨게 된 원인도 추운 겨울날 숲에서 나무의 나이테를 세다 걸린 독감 때문이었다.

그는 찰스 다윈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 같은 이국의 섬을 관찰 대상으로 삼았다면, 소로우는 신토불이 정신으로 그저 매일 산책하는 마을 뒷산을 관찰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렇게 지역 생태에 대한 개별주의적 접근은 오늘의 생태학적 기준으로도 새로운 것이라 볼 수 있다.

자연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거대한 나무도 티끌 같은 씨앗으로 시작한다.

그 씨앗은 새가 통째로 쪼아 버릴 정도의 작은 떡잎으로 시작하여, 오랜 세월을 통해 잎사귀와 줄기를 뻗은 후 마침내 거대한 기둥과 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소로우 글에서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보다 노자와 장자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무위자연이 아니라 보다 더 적극적인 유위자연의 실천적 윤리 도덕을 만나게 된다.

우리의 산에는 우리가 죽은 후 우리의 가슴 위에 피어오르게 될 꽃과 나무 등 지켜 나가야할 것들이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무심코 지나치던 풀 한포기, 새 한 마리도 우리의 팔 다리, 또 가슴과 무관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구광렬(시인.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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