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끼리의 문학' '문학을 위한 문학' '권력화한 문학' 속에 안주하려는 이 땅의 소설이 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학에서 사회성과 엄숙성의 강요는 1970~80년대의 유산이다.
예술영역에서 필요한 것은 건전한 진보주의자들보다 자유로운 진보주의자들이다".
계간 '대산문화' 2004년 여름호가 기획특집 '젊은 소설가는 말한다'에서 문단의 기대주로 주목받는 김연수(34), 박민규(36), 이만교(37), 천운영(33)씨 등 네 명의 삼십대 작가들의 글을 통해 젊은 작가들이 바라본 소설문학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1930년대 만주지역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문예지에 연재하고 있는 김연수씨는 "피를 짜내듯 문장을 만들어내는 작가에게 '새로우면서, 독자들과 평론가들에게 오독되지 않아, 수십만 부씩 팔리는 소설'을 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털어놨다.
'문학이 죽었다'고 말하는 시대에 그는 소설을 쓰는 것은 '새롭고 불가능해 보이는 세계에 대한 도전'이자 '죽은 고목(문학)'에서 '새싹'을 틔우려는 원초적 생명의지와도 같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작가 박민규씨는 "문학이라는 이름만으로 대접받던 시대는 이제 갔으며, 세계화와 자본주의화의 홍수 앞에서 소설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로지 좋은 소설을 쓰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이만교씨는 "지금 문단을 이끌고 있는 중단편 중심의 관행, 색깔 없는 늙고 획일적이고 고루한 심사방법의 각종 문학상 제도의 난립, 자사출판사의 상업적 실적을 고려한 비평이나 권위적 지도비평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가 천운영씨는 "그만그만한 경제력을 가진 환경 속에 자라고 교육받는 동안 작가들의 시야가 너무 좁아져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반성해야 한다"며 '발품을 팔아쓴 소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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