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사기꾼이 잘사는 나라

우리 사회에 언젠가부터 남을 짓밟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을 지경일까. 성공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남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를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면서 사기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기죄에 관하여 변호를 하다가 문득 사기범행의 동기를 기준으로 두 가지의 사기죄로 분류할 수 있음을 알게됐다.

하나는 돈을 벌기위하여 열심히 일을 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사업을 만회하기 위해 남을 속이는 경우가 있고,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남을 속이는 경우이다.

물론 전자의 경우에는 법원에서 그 처벌에 있어 정상을 참작하고 있다.

아무튼 사기행각을 당한 피해자들의 경제적,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 대한 불신과 가정파탄은 물론이고, 그 충격으로 뇌출혈로 인한 전신마비가 된 경우도 보았다.

민사적으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법적으로 허용되는 모든 노력을 해보았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가해자들은 이를 비웃듯 버젓이 잘 살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유명 정치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앞의 경우처럼 하는 수 없이 남에게 피해를 준 경우는 제외하더라도 의도적인 사기 행위자들이 형벌을 받고 난 후에도 잘 사는 경우가 많다.

차명으로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고, 처 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하는가하면, 타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내 장사를 하고, 기존 채무에 구속되지 않을 생각으로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벌이는 등의 방법으로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규제할 제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는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사기죄에 관한 범죄 비중은 다른 범죄에 비춰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인간성 회복 등 도덕적 계몽으로 해결을 기대할 일은 아닐 것이다.

법적으로, 사회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할 사항이고, 이런 부분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가 아닌지 생각해본다.

설창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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