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 200억달러의 대기록을 세운 구미공단의 근간은 단연 디스플레이(화면표시장치) 업종을 위주로 한 IT산업이다.
이들 품목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80%를 넘어선다.
구미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이유다.
구식 '브라운관'에서 시작한 디스플레이는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LCD(액정표시장치)를 거쳐 이제 최첨단을 달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FED(전계방출표시소자)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미래산업의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로 불리는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이 수출 300억달러 시대의 구미공단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지난 1966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흑백 브라운관 TV가 출시된 후 거의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디지털 TV 시대를 맞은 구미공단에서는 PDP TV나 LCD TV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PDP나 LCD가 시장을 완전 장악하지도 못한 가운데 OLED가 휴대전화 일부에 상용화되면서 디스플레이 혁명이 가속화되고 있다.
다시말해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전문가들이나 쓰던 '디스플레이'라는 말이 이제는 대중적인 단어가 됐다.
이제 디스플레이는 문자와 영상을 보여주는 단순한 주변기기를 넘어서 소비자의 생활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운관→PDP.LCD
구미공단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최근 새로운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으로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영원한 '고전'으로 밀려날 위기에 봉착한 브라운관 제조업체들이 더욱 그렇다.
기존 40인치 브라운관 TV의 경우 무게가 무려 138kg, 여기다 두께는 66cm 정도에 달한다.
반면 같은 크기의 PDP나 LCD TV는 무게가 고작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30kg, 두께는 7분의 1도 안되는 9cm에 불과하다.
LG전자 김한수 상무(PDP사업부장)는 "브라운관 TV와는 달리 PDP와 LCD TV는 2장의 유리 사이에 액정을 넣어서 영상을 만들어 벽에 걸 수 있을 정도로 얇고 가볍다.
크기도 PDP는 80인치, LCD는 57인치까지 대형화해 소비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례로 구미공단의 대표적 브라운관 유리전문 생산업체인 한국전기초자는 일본 아사히글라스사와 합작으로 LCD용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들기로 합의하고 8일 일본 현지에서 MOU(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동종업체인 삼성코닝도 올해 초 프랑스 상고방사와 50대 50으로 출자해 PDP용 유리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하고 시설자금 1천억원, 운전자금 400억원 등 모두 1천700억원 투자를 합의했다.
기존의 LG전자는 차세대 첨단디스플레이를 차세대 승부사업으로 정하고 제품의 대형화와 고급화에 대비한 생산라인 증설 등에 올해 7천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2007년까지 총 1조2천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PDP.LCD→OLED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PDP와 LCD 역시 왕관을 오래도록 차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디스플레이 왕관의 주인공은 이미 휴대전화부터 일부 상용화하기 시작한 OLED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 장의 유리에 전류를 흘려주면 스스로 빛을 내는 형광성 유기화합물을 발라 영상으로 변환시킨다.
따라서 디스플레이 두께를 1mm 정도로 얇게 할 수 있고, LCD와 달리 좌우상하 방향에서도 화면을 볼 수 있다.
또 화질 반응속도가 LCD에 비해 1천배 이상 빨라 소비전력이 적고 고해상도의 화면을 표현할 수 있어 제품의 대형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월 4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OLED라인을 구미공장에 구축, 올 상반기부터 휴대전화용 256컬러 수동형(PM) 1.04인치 제품 출시에 나섰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OLED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통해 구미공단의 디스플레이사업본부에 OLED사업부를 신설했다.
또 LG전자연구소 내 OLED연구조직 일부를 OLED사업부로 전진 배치시켰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최근 구미공장 영상생산기지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OLE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유특허기술 40여개를 가진 전문 중소업체인 CLD사와 지분 및 특허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구미사업장 관리지원팀 이남훈 과장은 "고유특허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크기의 OLED를 개발하기 위해 현재 40여명의 전문 연구인력을 확보했으며 내년 400억원, 2006년에는 1천억원대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전기도 지난 1998년 사업을 중단한 LCD 라인의 클린룸과 포토리소그래피 장비를 리모델링해 OLED 라인을 구축했다.
올 하반기부터 휴대전화용 1, 2인치 유기EL을 월 50만개 가량 양산에 나설 계획인 가운데 최근 코오롱 등이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OLED→FED
'꿈의 디스플레이'라 불리는 FED에 대한 연구도 가속화되고 있다.
FED는 브라운관의 장점인 고휘도 및 광시야각에 LCD와 같은 초박형 디자인이 가능한 차세대 TV용 디스플레이로 고화질에 높은 원가경쟁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코닝 구미사업장 한진호 부장은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2001년까지 이론 수준에 머물러 있던 고집적 '탄소나노튜브' 반도체소자를 실용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30인치급 디지털TV용 FED 개발이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반도체공정을 주로 사용하던 마이크로팁(microtip) 방식의 FED 개발에서 탈피, 생산원가를 대폭 줄일 수 있는 탄소나노튜브 방식의 FED 개발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표시 매체인 종이와 비슷한 '두루마리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와 사람의 양쪽 눈에 보이는 이미지에 차이가 나도록 함으로써 입체 화면을 만드는 '3차원 디스플레이'도 10년 이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산업의 세대교체를 통한 디스플레이 혁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사진: 세계 최초 일체형 50인치 PDP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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