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보이(old boy)'는 '동창생'이란 뜻인데, 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주인공 오대수는 어린 딸과 아내가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납치당해, 밀폐된 방에서 기약없는 세월을 보내는 신세가 된다.
갑작스런 사회적 박탈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포로수용소나 난파당해 무인도에 표류한 상황과 비슷해서 점차 자아는 황폐화되고, 충동조절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공황 상태나 정신병적인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
그는 TV에서 아내의 피살 소식을 듣는다.
설상가상으로 그 살인범이 남편이라는 것이다.
어떤 대응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대수는 자살을 시도하나 실패한다.
실존적 절망감을 체험한 그는 살아남아서 복수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돌아선다.
삶의 의미는 사람에 의해 의도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살아있을 이유가 생긴 대수는 체력을 단련하고 무술을 연마한다.
꼭 15년 만이다.
감각박탈 상태로 지내던 그는 최면에 걸린 상태로 풀려난다.
누가 이토록 집요하게 한 사람의 인생을 조종하는 걸까.
그는 바로 대수의 고교 동창생인 이우진이라는 남자였다.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친구가 없고 외로웠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그의 누나였다.
남매는 서로 지극히 사랑했다.
남매의 금기된 정사 장면을 대수가 우연히 목격한 것이 화근이 됐다.
대수는 두려웠고, 그래서 친구에게 털어놨다.
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누나는 남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다.
우진은 누나의 죽음을 대수의 입놀림 때문으로 단정한다.
우진은 편집성 성격장애 환자이다.
원한에 휩싸여 타협할 줄 모르고, 남의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불신한다.
받은 상처에 대해 용서하기를 거부하고 지속적인 앙심을 품는 성격이다.
대수의 딸 미도가 20대가 될 때까지 우진은 아버지와 딸의 근친상간의 덫을 계획하고 끈질기게 15년을 기다린다.
대수는 15년만의 격렬한 섹스의 상대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말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인다.
오이디푸스가 어머니와의 근친상간으로 자기의 눈을 찌르고 장님이 되었듯이, 딸과의 성관계로 대수는 자신의 혓바닥을 잘라버린다.
편집성 성격장애자의 시나리오로 복수극이 끝났지만, 우진은 공허감으로 자살하고 만다.
한 성격장애자의 터무니 없는 복수극은 한 인간의 인생을 철저히 파괴시키고 말았다.
편집성 성격장애는 일생동안 지속되는 부당한 의심과 경계심이 특징으로,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가끔 의심은 위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의 의심이 현실과 다르다고 판단되면, 대개 의심이 사라진다.
그러나 편집성 인격장애자들은 집요하게 파고들어 다른 증거들을 찾으려고 한다.
어떤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과 잘 다투고, 아내를 때리는 등 여러 폭력의 주요 원인 질환이 되기도 한다.
김성미(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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