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잊혀진 문화유산-경산 자인 한장군놀이

우리나라에서 옛날과 같은 단오행사가 그 전통을 이어 전승되고 있는 곳은 강릉단오제 등 몇군데 뿐이다.

자인단오-한장군놀이는 지역주민들이 실존인물로 믿는 고을의 수호신인 한장군에게 유교식 제례로서 한묘제를 올리고 큰 굿, 호장 굿, 여원무, 자인팔광대 등의 각종 민속연희를 하는 방대한 형태의 고을 굿이다.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자인면 계정숲 등에서 열릴 제29회 경산자인단오-한장군축제를 앞두고 중요무형문화재 44호인 한장군놀이와 자인팔광대를 중심으로 2회에 걸쳐 민속놀이의 복원과정과 내용 등을 알아본다.

*9세기 신라시대부터 전승

큰 명절 중 하나였던 단오행사가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곳은 흔치않다.

경산 자인에는 신라시대로부터 전승되어 온다고 전하는 단오굿(한장군놀이)이 지금까지 지역민들에 의해 그 맥을 이어 오고 있다.

한장군놀이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9세기 전후 신라시대에 왜구들이 자인의 도천산에 성을 쌓고 기거하면서 주민들을 괴롭히자 한장군이 그의 누이와 함께 화려한 꽃관을 쓰고 여원무(女圓舞)와 배우잡희(俳優雜戱)의 놀이판을 벌여 왜구를 유인해 섬멸했다고 한다.

이후 한장군은 자인 태수가 되었고, 죽은 후에 자인주민들은 역사상의 실존인물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주민들을 구한 '수호신'으로 추앙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단오때 추모제를 올리고, 여원무와 배우잡희, 무당 굿 등 다채로운 민속놀이를 3, 4일간 즐겼다.

한장군놀이는 일제때 중단됐다가 해방 이후 재연됐다.

이후 1969년 당시 영남대 김택규 교수가 '여원무 조사보고'라는 내용으로 문화재관리국에 보고하여 처음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 뒤 한장군놀이는 1970년도에 전국민속예술공연대회에 출전하여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1973년 한장군놀이는 여원무, 호장굿(가장행렬), 큰 굿이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됐다.

수많은 인원과 말들이 현사가 있던 자리(현 자인우체국)에 집결하여 사또 행차와 같은 격식과 차비를 갖추고 진충묘와 한장군이 진을 쳤던 곳까지 각종 기를 들고 행렬을 하는 호장굿(가장행렬)을 한다.

특히 한장군이 높이 3m, 무게가 40kg 정도 되는 화관과 온 몸을 오색치마로 가리고 추는 여원무는 화관의 장식이나 춤의 형식과 내용이 예술적으로 독특해 마치 '꽃귀신'이 춤을 추는 듯하다.

*중요무형문화재 44호 지정

원무가 시작되기 전 화랭이(巫夫)의 아들로 13, 14세의 미소년 2명을 여자로 변장시켜 나아가게 한다.

화랭이는 붉은 행전을 치고 붉은 치마에 초록 저고리를 입으며 두 손에 한자 가량의 끈을 쥐고 있다.

여원화의 옆에서 출발하여 중앙지점으로 나아가 돌아선다.

여장을 한 남자 아이의 진무가 끝나면 먼저 높이 3m의 여원화를 쓰고 땅에 닿는 오색치마를 입은 2명의 관무부(官巫夫)가 중앙으로 진무, 덥배기가락으로 춤을 춘다.

이 여원무의 둥근 원안에 30~40명이 원진(圓陳)을 치고 춤을 추는데 2명의 군노와 20~30명의 붉은 철육을 입은 사령(使令)과 10~20명의 검은 창옷같은 옷을 입은 '깐치사령'으로 구성된다.

처음 음악은 주위의 원진에서 북과 나팔로 구성된 군문풍악으로 시작되나 나중에는 원진 밖에서 따로 늘어선 무부들의 풍악에 맞추어 전체가 춤을 춘다.

악곡은 농악에서 연주되는 굿거리와 자진굿거리 등이 중점적으로 사용되고, 특히 여원무가 춤을 출 때에는 반드시 장단이 6박자에 해당한 도드리 장단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오는 21일부터 3일간 열려

여원무가 오랜 세월동안 전승된 것은 재정적 어려움 등에도 불구하고 한장군놀이 기능보유자인 김도근(89)옹과 한장군놀이보존회, 지역주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또한 여원무 전승학교인 경산여자전산고의 역할도 지대하다.

지난 1970년부터 1985년까지 한장군 역을 맡으면서 직접 여원무를 췄던 박인태(59.기능이수자) 경산여자전산고 교감은 "초창기에는 자인중학교에 이어 지역의 부녀자들을 모아 했었다.

그러나 인원 모집의 여려움으로 지난 1974년 우리 학교가 개교하면서 맡아 지금까지 30여년 가까이 연습과 시연을 통해 지역 문화유산인 여원무를 전승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제29회 자인단오 한장군 축제(6월21~23일)를 위해 이 학교 300여명의 학생들은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40여분간 연습을 하고 있다.

정영숙 교사(전수생)는 "우리나라에서 단오때 전래춤을 시연하는 것은 여원무가 유일하다"며 "빠른 음악과 춤에 익숙한 학생들이 여원무를 배울때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어 하지만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익숙해지면서 지역문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 일각에서는 "실업계 고교 학생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학교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역민들이 함께 전승해 가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사진: 경산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이 한장군놀이의 호장굿(가장행렬)을 재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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