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을 짜 원단으로 만드는 제직 분야는 해방 이후 55년간 대구.경북 섬유산업을 이끌어 왔다.
아직도 제직은 지역 섬유산업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대구.경북 중소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단순히 짜기만 하는 제직은 우리보다 인건비가 훨씬 싼 중국, 동남아 국가들이 쉽게 흉내 내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구.경북 제직 업체들의 임생산 비중은 90%가 넘는다.
서울, 경기권 섬유.패션업체들이 기획, 마케팅을 전담하고 대구.경북제직업체들은 짜기만 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온 것이다.
'섬유, 첨단 현장을 찾아서'는 국내 섬유.패션 대기업들의 변신 과정과 세계 첨단 섬유 소재의 흐름을 현장 취재해 대구.경북 섬유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보려는 작은 시도였다.
'굴뚝에서 하이테크로'. 아직 체계적 연구는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의 조짐들이 싹트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대구전략산업기획단은 전통 섬유산업에 IT(정보통신기술),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를 접목하려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웨어러블 컴퓨터(섬유+IT), 멤브레인(섬유+NT) 등 세계 섬유산업에 급부상하고 있는 첨단소재들은 특정 대기업의 일방적 전유물이 아니라 적어도 2, 3개 이상의 복합기술이 융합한 것이다.
이러한 분야들은 소규모 벤처들의 참여가 활발하고, 몇몇 분야 경우 아직까지 뚜렷한 선두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대구.경북 섬유산업의 새 영역으로 고려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섬유업체가 섬유 한 우물만 파라는 법도 없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설비를 왜 악착같이 쥐고 있어야 하는가. 코오롱, 제일모직, 새한, 효성 등 몇몇 선두 기업들은 이미 혁신을 넘어선 대 변혁을 통해 일반 섬유 시설을 폐기하고 비(非) 의류용 섬유, IT필름, 전자재료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생산 중심의 대구.경북에 기획,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주목해 볼 만하다.
한국섬유개발원과 대구.경북견직물조합은 이탈리아형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 해외공동마케팅 등을 통해 지식산업으로의 대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중소섬유업체들이 그 변화의 중심에 비껴 서 있는 한 새로운 도전은 무의미하다.
혁신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대구.경북 중소섬유업체들은 영국, 프랑스 하청기지였던 이탈리아 경우 이미 50여년 전 제직업체가 기획, 마케팅을 맡고 염색업체가 차별화된 후가공기술을 개발하는 유기적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1위 섬유.패션국으로 올라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 알림= '신화를 창조한다-섬유, 첨단현장을 찾아서'에 대한 섬유인, 지역시민, 섬유학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인터넷 매일신문(www.imaeil.com)에 떠있는 '신화를 창조한다. 첨단 섬유의 현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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