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열린 지난 11일 밤 대구오페라하우스. 머리를 짧게 깎거나 단발머리를 한 교복차림의 10대들이 공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진을 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행평가 때문에 공연장을 찾은 중고생들.
주최 측은 몰려드는 학생들 때문에 자칫 공연 분위기를 망칠까 노심초사했다.
학생들에게 팸플릿만 주고 돌려보내자는 일부 의견도 있었지만 대구오페라하우스 측은 학생들을 2, 3층으로 유도하고 안내 도우미를 집중 배치했다.
주최 측이 이처럼 바짝 긴장한 것은 이달초 있은 대구시립합창단의 공연 때 학생 관객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
대구시립합창단의 이날 연주회에서는 입장객 중 60% 이상이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잡담과 필기구 소리 때문에 연주회 시작 직후 지휘자가 연주를 멈추고, 정숙을 요구하는 일이 빚어졌다.
한 시민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지휘자의 호소가 끝난지 10분도 안돼 다시 학생들이 우르르 공연장 안으로 들어왔다"며 "학생들 때문에 연주 내내 조마조마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11일 밤 대구시향의 연주회는 학생들이 성숙한 관람 매너를 보여 무사히 끝났다.
이날 연주회장에서 만난 한 학생(대구 ㄷ고 1년)은 "한 한기에 2번씩 수행평가 과제가 주어지는데 연주회 팸플릿과 공연 감상문을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고사 직후 수행평가 과제가 집중적으로 내려지는 요즘 공연장은 관객 동원 걱정을 않아도 될 만큼 학생들로 북적인다.
소프라노 신미경씨는 "얼마 전 경북에서 연주회를 가졌는데 유료였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많이 와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공연 주최 측에게 중고생 관객들은 '계륵'(鷄肋-닭갈비처럼 먹을 것은 별로 없으나 버리기도 아깝다는 의미)과도 같다.
공연 분위기를 흐릴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미래의 연주회 관객으로 키워놓아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고민은 수행평가 때문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화랑 등 전시장에서도 매 한가지.
대구시립예술단은 지난해 대구시 교육청에 '관람 예절 교육을 철저히 시킨 뒤 수행평가 과제를 내려 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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