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한국, 미국 그리고 중국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해 미국은 어떤 존재이며 중국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중국은 앞으로 수출시장으로서 또 원료 구입처로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과 의미를 갖는 국가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6자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문제와 함께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중국과 더욱 가까워져야 하고 또 그들의 협력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미국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혈맹관계에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세계 유일지배국가로서 '제국주의적 패권'을 행사하는 국가로 비판하면서, 역사적으로 미국의 한반도에서 저지른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태도에 대해 저항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에 대한 비인권적이며 석유자원의 확보를 위한 일방적 군사행동에 대해 '분개'하면서 국회에서 의결한 파병을 철회하도록 강력히 정부에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1997년 IMF 경제위기가 동남아 일부 국가와 한국을 강타했을 때, 말레이시아의 마티히르 총리와 함께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횡포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싱가포르의 리콴유 수상은 최근 기고한 한 경제지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하였다.

즉, 최근 10년 동안 중국의 세계 무역은 평균 16%, 8,510억 달러로 성장하였으며, 같은 기간 동안 인도는 평균 11%, 1,270억 달러로 증가하였다.

또한, 중국의 전체 무역의 반은 홍콩, 일본, 한국, 대만, 그리고 아세안과의 교역을 통해서 이룩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활력은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미 수출은 중국 전체 수출량의 21%를 차지한다고 분석하였다.

이러한 그의 지적으로부터 우리가 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아시아 각국간의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통합이 적극적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동북아 및 동남아로부터 주요 부품, 원자재 및 열대성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는 중국은 이미 3년 전, 아세안 10개국에게 자유 무역 협정을 제안한 바 있고, 2002년에는 아세안과 중국이 기본틀의 협정에 조인하였다.

태국도 중국과 제한된 양자협정을 체결했으며, 일본 역시 2003년 아세안과 포괄적인 경제협력을 위한 기본틀에 조인하였다.

21세기에 들어 오면서 미국은 새로운 시대의 세계 전략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최근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은 일본 중국 인도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핵심적인 양자관계로 규정하였다.

이 말은 결국 냉전시대는 중추적 관계이었고, 포괄적이며 역동적인 동맹관계로 인식되던 한미 관계가 앞으로는 미국의 대아시아 핵심관계에서 제외된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렇게 된 주요원인으로는 한국인의 반미 감정, 남북관계에 대한 한미간의 인식차이, 그리고 한국의 '경제발전으로 인한 자존심의 강화'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게 있어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은 1882년 임오군란 이후 한국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간섭 정책을 폈었다.

국왕의 생부인 대원군을 보정부로 납치하는가 하면, 주한 청국군 장교들이 조선 군인의 훈련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당시 광교를 중심으로 인삼 가게를 운영하던 상가는 수시로 청국 군인들에게 무력으로 협박 당하여 인삼을 빼앗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청국과 청국인의 횡포에 울분을 이기지 못 한 김옥균, 박영효 등은 반청 자주 개혁을 부르짖으며 1884년에 갑신정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내외 여건과 준비 부족 등으로 오히려 조선은 28세 젊은 나이의 원세게를 '감국대신'으로 맞이할 수 밖에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1876년 일본에 의한 강제 개국 이후 한반도에서 전개된 국제정치적 양상은 해양 세력 (일본, 영국, 미국)과 대륙세력 (중국, 러시아) 간의 갈등이었다.

1894년에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청일 전쟁이 일어났고, 1904년에는 일본과 러시아 간의 러일 전쟁이 한반도를 배경으로 전개되었다.

국제적인 면에서 보면 1950년의 한국전쟁도 미국과 소련 또는 중국 간의 전쟁으로서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 간의 갈등의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우리나라가 미중 간의 새로운 각축의 대상이 될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앞에 언급된 리콴유의 지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즉, 경제적으로 지역경제 협력체를 통한 경제적 공영을 모색하고, 군사적으로는 미중일 등에 비해 열세인 우리나라의 안보를 다질 수 있는 첩경이 무엇이며 또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영국의 정치가 팔머스톤이 말한 '국가 간의 관계에는 오직 국가의 이익만이 있을 뿐'이라는 명언은 오늘날 우리가 다시한번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우철구 영남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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