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교감이 사라진 객석

며칠 전 젊은 국악인들 몇몇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수성구 상동 들안길 근처에 '공간울림'이라는 아담한 크기의 문화공간이 있는데, 이곳에서 기획한 '우리음악 사랑 풍류방 연주회'에 초청받은 연주자들이었다.

이날의 화제는 단연 연주자로서 느끼는 청중과의 교감 문제였다.

그것이 살아 있을 때 느끼는 신명과 희열, 그리고 그것이 빠졌을 때의 공허함과 피로….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가며 열띠게 이야기하던 중 한 명이 며칠 전 연주에서 겪은 최악의 청중에 관하여 이야기를 했다.

바로 단체로 동원된 중학생 청중들의 짖궂은 장난기에 의해 엉망이 되어버린, 정말 민망하고 공포스럽기까지한 객석 상황에 관한 것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바로 연주 직전에 맨 마지막까지 혼자 박수를 치는 사람이 그 내기에서 이기기로 한, 한 두명의 단순한 장난으로 인해 연주에 몰입하기 위해 바짝 긴장된 그 순간 객석 한 구석에서 간헐적으로 박수 러시가 튀어나왔고, 단 한 명의 박수소리는 그날의 연주회를 완전히 엉망으로 망가뜨리는 폭탄소리보다 더한 폭력이었다고 한다.

그런 난장판 같은 상황속에서도 연주를 해야 하는 그 모멸감은 정말 참기 힘들었다고 한다.

불량 청중에 관한 이야기는 하루 이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늘 우리는 좋은 음악회는 좋은 청중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그날과 같은 그런 소란스러움을 단순히 청중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자발적인 의사와 상관없이 동원되어 억지로 객석을 채우고 있는 그들에게 정숙한 태도로 연주에 몰입하기를 강요하는 것은 분명 억압이기 때문이다.

결국 불량 청중을 만들어 낸 것은 바로 그들의 자질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단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된 음악적 정서와의 교감을 제공하지 못하고 단지 가시적인 객석 채우기에만 급급한 우리 음악인들 모두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상만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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