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서글픈 지방대학

지방대의 한 교수가 어느 대학신문 홈페이지에 '지방대생의 서러움'이란 재미있는(?) 글을 올렸다.

지방대생들의 화나고, 슬프고, 서러운 사연이었다.

자기보다 공부를 못했지만, 부모 잘 만난 덕에 서울의 대학에 진학을 한 친구가 어느새 자신을 지방대생이라 은근히 무시하며 으스댈 때는 정말 화가 난다는 것이다.

또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의 고급 카페와 레스토랑을 드나들며 인기 연예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도 젊은이로서 솔직히 부럽다는 것이다.

그뿐인가, 졸업을 하고 나면 더 좋은 조건에서 더 좋은 직장을 찾아 갈 것이니, 지방에 남아 위축된 자신의 모습에 더욱 서글퍼진다는 것이다.

부모를 졸라서라도, 재수를 해서라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갔어야 했는데, 서울지역 대학생과 지방대생을 가르는 이분법적인 우리 사회의 시각이 원망스럽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어설픈 지방대학 살리기 정책을 두서없이 내놓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방대학 육성보다는 지방대 관리(?)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더 답답한 것은 당사자인 지방대학들의 무성의와 무대책이다.

과거 수도권의 유수대학과 어깨를 겨눌 만큼 높은 위상과 우수한 학생들을 보유했던 국립 경북대조차 서울의 하위권 대학에 밀리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타지역 국립대들은 대학간 연합.통합이나 학과 통폐합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지역 국립대는 뒷짐만 지고 있다.

한때 한강 이남의 최고 사학을 자처하던 영남대를 비롯한 지역의 주요 사립대도 그동안 위축 일로를 걸어온 것도 모자라, 자칫 헤어나기 어려운 깊은 수렁으로 추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15년간 무주공산으로 방만하게 운영되어 온 영남대는 총장 선거를 앞두고 교직원 사회가 다시 동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교수의 지적에 공감이 간다.

"대학이 국가나 지역 사회의 발전을 선도하지 못하고 수년마다 총장 선거로 정력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20년 장기집권이란 비난 속에 계명대는 신일희 총장의 재선임 문제로 다시 내홍에 휩싸일 우려가 높다.

계명대는 기로(岐路)에 섰다.

차기 총장이 누가 되느냐에 대학의 미래와 정체성이 좌우될 것이다.

과거 오랜 학내분규를 겪었던 대구대도 최근 총장과 재단.교협 간의 불협화음으로 분위기가 심상찮다.

지역 사학이 다시 분규에 휩싸인다면 대학의 위상과 역량은 또다시 추락하고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제에 학식과 덕망.경륜을 두루 갖춘 인물을 총장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재단구성과 총장 선출제도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학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데 이를 실질적으로 주도할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지방대생의 서러움을 증폭시키기만 하는 대학사회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도 서글프다.

조향래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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