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두마리 토끼 다 놓칠라

목적이나 원칙이 좋아도 그 실현 방법이나 수단에 문제가 있다면 목표 달성은 어렵기 마련이다.

현재 나라의 국론을 극도로 양분화시키고 있는 신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란도 바로 이 목적과 방법의 괴리에 있지 않을까 싶다.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개발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목적도 좋지만 방법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중앙집중화로 인한 지방의 황폐화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수도권에서도 공감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 계획의 졸속이나 예산의 뒷받침에 대해 우려를 나타낼 뿐 추진의 당위성과 현실성에 동의하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사실 참여정부가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그 필요성이 지방분권과 더불어 제기됐었다.

'서울공화국'에 반발해 지방민들이 스스로 지방분권운동본부 같은 시민단체를 자발적으로 조직, 중앙집중화의 폐단과 부작용을 성토하고 나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왔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권 주민들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에는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이전은 이와는 태생이 다르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대선 중간에 갑자기 노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제기돼 사전 공감대를 만들 시간도 없었고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대다수 유권자들이 긴가민가 하는 가운데 노 대통령이 당선된 후 참여정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함께 현 정부의 핵심과제로 채택했으며,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이를 선거전략화 하면서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이 지방균형발전, 지방분권특별법과 거의 동시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두고 현 정부는 신행정수도 이전도 충분한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쳤다고 강변하지만 그런 주장엔 무리가 없지 않다.

당초에는 별개였던 신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한 묶음으로 병행 추진되면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현 정부는 목적과 방법 양면 모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당위성을 인정받았던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은 같아도 아직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신행정수도 이전을 하나의 틀에 집어넣어 실현하려고 함으로써 국민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하고, 현재의 행정수도 찬.반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찬성론자들은 현 정부와 함께 국토균형발전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서는 수도이전과 공공기관 이전은 같이 갈 수밖에 없으며, 분리해서는 효과가 반감된다고 강조한다.

행정수도에 행정 사법 입법기관이 이전해야 소속 기관이나 공장 등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현 정부는 역대 정부가 공장의 지방 분산 등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한 것은 이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이를 성사시키겠다며 밀어 붙이고 있다.

반면 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자들은 입법 사법 행정 3부가 이전하는 것은 천도(遷都)이고, 천도는 역사 문화적 배경의 고려와 더불어 통일후의 지리적 구도가 참작돼야 한다며 왜 충청권이냐고 반문한다.

이들은 또 100조원에 이른다는 수도이전 비용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의문을 표시하고, 충청권에로의 수도 이전은 서울과 대전 사이에 거대 도시나 하나 더 만들어 오히려 균형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가 발표되자 서울, 경기, 인천, 강원 광역 자치단체들의 반발도 본격화 되고 있다.

4개 자치단체들은 수도권 공동화를 우려해 신행정수도 건설 입지선정 평가위원 추천을 거부, 중앙정부에 반기를 드는가 하면 대규모 수도이전 반대 궐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전국 1백여 교수들로 구성된 수도이전 반대 국민연대도 조직을 범국민운동으로 확대하고 헌법소원을 서두르고 나섰다.

목적이 좋아도 실현 방법에서 자가당착이 빚어낸 결과다.

국가적인 대사업을 두고 국민여론이 이렇게 양분되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갈등을 빚어서야 어떻게 수도를 이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여러 기관의 여론조사에서는 찬.반양론은 비슷했지만 국민투표를 해야한다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참여정부가 현재의 난관을 돌파하려면 국민투표 수용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내야 양분된 국론을 잠재우고 행정수도 이전도 추진력을 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여정부는 수도권과 강원지역만이 아니라 경상.전라 등 남쪽 지역에도 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수도 이전 추진을 드러내 놓고 반대하지 않지만 어떤 성과가 있을지 회의하는 다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론이 더 분열되기 전에 국민투표를 하든지 유보하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공공기관 지방이전, 행정수도 이전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는커녕 공공기관 지방이전마저 무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종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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