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악으로 쑥쑥 커가는 어린이들

음악은 인간의 감성을 기르는 데 더없이 좋은 매개이다.

어릴 때부터 음악 교육을 하는 이유도 리듬과 가락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스림으로써 정서적인 안정감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음악 교육 현장은 오랫동안 반쪽자리로 머물러왔다.

서양음악 일색으로 국악을 등한시한 것이다.

7차 교육과정이 실시되면서 국악교육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여전히 음악 교육을 피아노 건반 앞에서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교사들은 국악 고유의 특성이 학생들의 성장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며 학부모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14일 오후 대구 매천초교 운동장. 요란한 소리가 지나는 이의 시선을 붙잡고 있었다.

풍물패의 농악놀이 한 판.

'덩 기 덩 기 궁 기딕 궁 기'. 어름굿을 시작으로 '농가천하지대본'이라 쓰인 깃대가 높이 섰다.

상쇠가 몸짓으로 신호를 하자 북, 장구, 징, 소고를 든 풍물패가 원을 그리며 나아갔다.

자진모리 장단이 이어지나 싶더니 휘모리가 뒤를 받치며 신명나는 가락을 만들어 냈다.

구경꾼들도 금세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거렸다.

"듣는 이들이 쉽게 흥에 빠지는 건 국악 속에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풍물패를 지도하는 김한선 교사가 설명했다.

피아노 배우기에 지치고, 의미도 모르는 대중음악을 따라하던 학생들도 국악을 익히는 동안에는 진정한 가락과 신명을 배운다는 것.

서양음악에 밀려왔던 국악 교육이 7차 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초등학교 음악 교육에서 국악은 종전 10%선에 머물렀으나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40% 가까이로 늘었다.

민요와 전래동요의 영역을 넓히고 장단.가락짓기.국악 이야기 등 내용도 다양하게 꾸미고 있다.

단순한 따라 부르기가 아니라 놀이와 연주, 창작이 연계된 종합 교육으로 시도되고 있는 것.

음악 담당 교사들은 이런 국악 교육의 장점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최재습 대구시 교육청 음악담당 장학사는 "국악은 우리 말과 가락, 장단이 가장 잘 결합돼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이면서 우리가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했다.

그는 가락을 하나만 익혀도 가사나 장단을 얼마든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학생들의 표현 능력을 기르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창작이 쉽기 때문에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노랫말을 통해 언어 감각도 키울 수 있다는 것.

나아가 국악은 아이들의 정서적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갇힌 공간에서 혼자 배우고 익히는 서양음악과 달리 여러 사람이 하나의 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중시되기 때문에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자연스레 익힐 수 있다.

메기고 받는 과정에서 강조되는 일체감은 구성원뿐만 아니라 관객까지 혼연일체로 만든다.

김윤정(매천초 6년)양은 "피아노는 그저 잘 쳤다고 박수를 받을 뿐이지만 국악을 하다보면 친구들의 음을 들으며 전체 리듬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훨씬 재미있다"며 "구경만 해도 어깨가 들썩이는 게 국악의 묘미"라고 했다.

서양음악에 비해 훨씬 활동적이라는 측면에서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제 격이라는 지적도 타당하게 들린다.

이런 과정은 아이들에게 자신감도 준다.

김태원(매천초 6년)군은 "사물놀이를 배우면서 남 앞에서 부끄러워하지 않게 됐고 발표력도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교사들은 확대된 국악 교육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학부모들의 인식과 가정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악은 촌스럽고 지루한 것',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배워야 고급 문화를 익힐 수 있다'는 등의 인식은 오히려 학교 교육과의 괴리를 불러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 감각을 자극하는 국적불명의 대중음악으로부터 자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환경을 가정에서 제공해야 한다.

최 장학사는 "부모가 어릴 때 부르던 노래나 즐겁게 했던 놀이들을 함께 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며 "일상 속에서 국악과 친해짐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는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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