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읽는 즐거움-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

한집 건너 한집으로 한정식집이 몰려 있는 서울 인사동 '한정식 거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한정식이 없다. 한정식집에 한정식이 없다니? 이화여대 한국학과 최준식 교수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얘기다.

일례로 여러 사람이 한 상에 음식을 깔아놓고 먹는 건 우리의 전통이 아니다. 서양.중국식 같은 코스별 요리는 우리 선조에겐 더욱 낯선 풍경이다.

우리 조상은 평소 겸상이 아닌 독상을 받았고, 음식도 함께 차려놓고 이것저것을 골라 먹었다. 나물 요리는 어떤가. 요즘 한정식집에선 생채(生菜)를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전통 식생활과 거리가 있다. 우리 조상은 삶은 나물을 즐겼다.

한국학자 최준식 교수가 쓴 '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는 최근 구미의 '저급' 음식문화가 우리의 식탁을 점거해 가는 추세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알린다. 어쩌다 우리 식탁이 한식과 양식, 왜식의 '짬뽕'이 돼 버렸을까.저자는 "우리 선조의 음식문화에는 분명 '과학'이 숨어있다"며 예찬론을 편다.

많은 음식을 동시에 차려놓고 먹으니 우리 음식에는 중국 음식처럼 돼지기름 같은 동물성 기름을 쓸 수 없다. 동물성 기름은 쉬 굳기 때문에 오랫동안 깔아놓을 수 없기 때문. 그러나 들기름, 참기름은 다르다. 버터, 치즈처럼 혈관 장애를 일으킬 염려도 적다.

삶은 채소도 마찬가지다. 채소를 삶으면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야채 섭취가 늘어난다는 것. 더욱이 묵은 나물은 말려서 나중에 다시 불려 먹을 수 있으니 서양의 샐러드보다 '재활용성'이 뛰어나다.

저자는 전통음식의 문화상품 개발과 한국음식의 세계화 방안도 빠뜨리지 않는다. 보고 읽기만 해도 식욕이 돋는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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